입력 : 2015.05.18 09:37
※하나의 공연을 두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그 만큼 입체적일 거라 생각했다. 첫 작품은 극단 맨씨어터의 '프로즌'. 최근 가장 주목 받는 극단의 작품을 현재 가장 뜨거운 연출가가 매만졌다. 우현주(45) 극단 맨씨어터 대표와 김광보(51) 연출(극단 청우 대표)을 같은 날, 한 공간에서 다른 시간대 만났다. 그 만큼 이야기거리가 풍성해졌다. 작품 외에 극단 맨씨어터의 상임연출인지 아닌지에 대해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렸다. 먼저 15일 오후 12시30분 성북구 삼선동 극당 청우 연습실에서 우현주를 만났다.
맨씨어터(2007년 창단)는 대학로에서 보기 드문 극단이다. 뮤지컬 컴퍼니처럼 마니아 관객을 보유하고 있다. '썸걸즈'를 비롯해 '갈매기' '14人의 체홉' '은밀한 기쁨' 등 내놓는 작품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결과다.
새로 선보이는 연극 '프로즌(Frozen)'에 대한 기대감이 그래서 컸다. 22회차 2000여 석이 예매 오픈과 동시에 모두 팔려나갔다. 우현주는 "개막하기 전부터 매진돼 부담이 크죠. 감사하기도 하고"라며 웃었다. "공연이 약 3주 남았는데 관객들과 같이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프로즌'은 내용과 형식만으로도 관객들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한다. 이번이 국내 초연으로 영국 극작가 브리오니 래버리의 대표작이다. 연쇄 살인자에게 어린 자녀를 잃게 된 엄마,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연쇄살인범, 다양한 사례의 연쇄살인범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의 삶을 교차시킨다. 이를 통해 인물간의 심적 갈등과 변화를 그린다. 특히 독백으로 '용서'라는 신념에 대해 논한다.
엄마를 연기하는 우현주가 대본을 직접 골랐다. 작가이도 한 그녀는 "우선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대본인지를 우선 봐요. 아울러 말초적이기보다 관객들이 연극을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가도 보죠. 그 두 가지가 대본 고르는 우선 순위"라고 알렸다.
'프로즌'은 특히 형식이 눈에 띈다. 세 배우의 독백으로 극이 이어지다, 나중에 이들이 서로 만나게 된다. 대사들은 일상의 언어가 아니라 시적이다. "독백이 많아 배우에게는 부담이죠. 하지만 그 만큼 도전을 위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어요(웃음)." 우현주는 자녀를 잃고 극한 고통과 심리적 갈등에 시달리는 '낸시'를 연기한다. 본인도 엄마라 그 감정의 심연이 훨씬 더 깊다. "연습하는데 신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더라고요. 가슴이 너무 아파요. 심장이 이상한가 생각했는데, 연습할 때마다 같은 곳이 아픈 걸 보니 진짜 마음이 아파서 그런 것 같아요. 연쇄살인범을 연기하는 이석준 씨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할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숱한 작품에서 여러번 엄마를 연기해왔다. 정치적인 엄마(뮤지컬 '태양왕') 또는 철 없는 엄마(연극 '해롤드&모드') 등이 그것이었다. 우현주는 "이번에는 정말 엄마의 본질에 가까운 엄마를 연기한다"고 말했다. "초반에 리딩만 하는데도 너무 감정적으로 다가가는 거예요. 과연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죠. 최근 자식들과 관련 국민적인 트라우마가 있잖아요. (세월호 참사가) 일년이 지났다고 (그 아픔이) 희석이 되는 것은 아니죠. 너무 슬픔에만 젖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인 책임도 느껴지더라고요."
낸시보다 우현주가 더 이성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더 이성적이기도 하다. "캐릭터 연구를 하면서 인물의 그 안에 있는 것을 그대로 느끼는 것도 좋지만 보다 떨어져서 분석을 하는 것이 필요해요. 낸시 같이 감정적인 인물인 경우는 더 그렇죠."
전도연·송강호가 주연한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2007)이 겹쳐지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겁이 나서 극장에서 보지 못했어요. 전도연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되더라고요. 영화는 특히 편집이 가능하니까, 연기할 때 온몸을 내던져 할 수 있죠. 하지만 연극을 매번 그렇게 했다가는 22회를 전부 소화할 수 없어요. 완급 조절이 필요하죠. 무엇보다 극 마지막에 용서를 위한 용서인지, 진정한 용서인지에 대해 고민을 던져요. 그 부분을 위해서라도 힘 조절이 필요합니다."
극단 맨씨어터에는 우현주를 비롯해 대학로를 주름 잡는 배우들 15명이 소속됐다. 그 중 이석준이 연쇄살인범 '랄프'(소속사가 따로 있는 박호산과 더블 캐스팅), 정수영이 정신과 의사 '아그네샤'를 연기한다. 이밖에 정재은, 전미도 등이 이 극단 소속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돋보이는 작품을 골라요. 이번에 김광보 연출님이 저희 작품을 연출하게 된 것도 연출님이 아끼는 배우들이 나와서죠. 극단 맨씨어터가 여성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받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감각적으로 잘 소통이 됐으면 해요. 연극계는 대중적인 극단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저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죠. 한 때 고전을 파고자 체홉을 했는데 가장 대중적인 체홉이 나왔다는 평을 받기도 했어요(웃음)."
40대 여배우로서 대학로를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높이 살만하다. 특히 그녀가 극단을 운영하고 있어 수많은 여자 후배 배우들에게 롤모델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여배우는 캐스팅되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극단 운영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지만 그래도 버티는 것이 정답인 듯해요. 자격이 안 되지만 후배들에게 감히 말을 해준다면 우선 '맷집을 키워라'고 전해주고 싶어요. 극단을 만들고 싶다면, 한번 만들면 돼요. 돈 없어도 할 수 있어요. 마음이 맞는 배우들과 스태프들만 있다면요. 정말 힘겨운 연극계에서 '내편'이 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거요. 연극은 결국 공동체 작업이에요."
극단을 소중히 여기는 관객들도 역시 크게 보면 같은 테두리에 있는 공동체일 터. '프로즌' 관람이 고된 체험이 될 수 있지만 "그런 힘든 과정 자체가 연극만이 줄 수 있는 무엇이라 생각한다"고 눈을 빛냈다. "집에 가면 묵직하게 얻는 것이 있을 거라 확신해요. 자신의 불행을 이겨내는 것보다 더 힘든 건 남의 불행을 지켜보는 거잖아요." 6월 9~2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번역 차영화, 윤색 고연옥, 무대 정승호. 3만5000원. 러닝타임 100분(인터미션 없음). 드림컴퍼니. 02-744-7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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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씨어터(2007년 창단)는 대학로에서 보기 드문 극단이다. 뮤지컬 컴퍼니처럼 마니아 관객을 보유하고 있다. '썸걸즈'를 비롯해 '갈매기' '14人의 체홉' '은밀한 기쁨' 등 내놓는 작품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결과다.
새로 선보이는 연극 '프로즌(Frozen)'에 대한 기대감이 그래서 컸다. 22회차 2000여 석이 예매 오픈과 동시에 모두 팔려나갔다. 우현주는 "개막하기 전부터 매진돼 부담이 크죠. 감사하기도 하고"라며 웃었다. "공연이 약 3주 남았는데 관객들과 같이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프로즌'은 내용과 형식만으로도 관객들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한다. 이번이 국내 초연으로 영국 극작가 브리오니 래버리의 대표작이다. 연쇄 살인자에게 어린 자녀를 잃게 된 엄마,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연쇄살인범, 다양한 사례의 연쇄살인범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의 삶을 교차시킨다. 이를 통해 인물간의 심적 갈등과 변화를 그린다. 특히 독백으로 '용서'라는 신념에 대해 논한다.
엄마를 연기하는 우현주가 대본을 직접 골랐다. 작가이도 한 그녀는 "우선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대본인지를 우선 봐요. 아울러 말초적이기보다 관객들이 연극을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가도 보죠. 그 두 가지가 대본 고르는 우선 순위"라고 알렸다.
'프로즌'은 특히 형식이 눈에 띈다. 세 배우의 독백으로 극이 이어지다, 나중에 이들이 서로 만나게 된다. 대사들은 일상의 언어가 아니라 시적이다. "독백이 많아 배우에게는 부담이죠. 하지만 그 만큼 도전을 위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어요(웃음)." 우현주는 자녀를 잃고 극한 고통과 심리적 갈등에 시달리는 '낸시'를 연기한다. 본인도 엄마라 그 감정의 심연이 훨씬 더 깊다. "연습하는데 신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더라고요. 가슴이 너무 아파요. 심장이 이상한가 생각했는데, 연습할 때마다 같은 곳이 아픈 걸 보니 진짜 마음이 아파서 그런 것 같아요. 연쇄살인범을 연기하는 이석준 씨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할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숱한 작품에서 여러번 엄마를 연기해왔다. 정치적인 엄마(뮤지컬 '태양왕') 또는 철 없는 엄마(연극 '해롤드&모드') 등이 그것이었다. 우현주는 "이번에는 정말 엄마의 본질에 가까운 엄마를 연기한다"고 말했다. "초반에 리딩만 하는데도 너무 감정적으로 다가가는 거예요. 과연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죠. 최근 자식들과 관련 국민적인 트라우마가 있잖아요. (세월호 참사가) 일년이 지났다고 (그 아픔이) 희석이 되는 것은 아니죠. 너무 슬픔에만 젖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인 책임도 느껴지더라고요."
낸시보다 우현주가 더 이성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더 이성적이기도 하다. "캐릭터 연구를 하면서 인물의 그 안에 있는 것을 그대로 느끼는 것도 좋지만 보다 떨어져서 분석을 하는 것이 필요해요. 낸시 같이 감정적인 인물인 경우는 더 그렇죠."
전도연·송강호가 주연한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2007)이 겹쳐지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겁이 나서 극장에서 보지 못했어요. 전도연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되더라고요. 영화는 특히 편집이 가능하니까, 연기할 때 온몸을 내던져 할 수 있죠. 하지만 연극을 매번 그렇게 했다가는 22회를 전부 소화할 수 없어요. 완급 조절이 필요하죠. 무엇보다 극 마지막에 용서를 위한 용서인지, 진정한 용서인지에 대해 고민을 던져요. 그 부분을 위해서라도 힘 조절이 필요합니다."
극단 맨씨어터에는 우현주를 비롯해 대학로를 주름 잡는 배우들 15명이 소속됐다. 그 중 이석준이 연쇄살인범 '랄프'(소속사가 따로 있는 박호산과 더블 캐스팅), 정수영이 정신과 의사 '아그네샤'를 연기한다. 이밖에 정재은, 전미도 등이 이 극단 소속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돋보이는 작품을 골라요. 이번에 김광보 연출님이 저희 작품을 연출하게 된 것도 연출님이 아끼는 배우들이 나와서죠. 극단 맨씨어터가 여성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받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감각적으로 잘 소통이 됐으면 해요. 연극계는 대중적인 극단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저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죠. 한 때 고전을 파고자 체홉을 했는데 가장 대중적인 체홉이 나왔다는 평을 받기도 했어요(웃음)."
40대 여배우로서 대학로를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높이 살만하다. 특히 그녀가 극단을 운영하고 있어 수많은 여자 후배 배우들에게 롤모델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여배우는 캐스팅되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극단 운영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지만 그래도 버티는 것이 정답인 듯해요. 자격이 안 되지만 후배들에게 감히 말을 해준다면 우선 '맷집을 키워라'고 전해주고 싶어요. 극단을 만들고 싶다면, 한번 만들면 돼요. 돈 없어도 할 수 있어요. 마음이 맞는 배우들과 스태프들만 있다면요. 정말 힘겨운 연극계에서 '내편'이 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거요. 연극은 결국 공동체 작업이에요."
극단을 소중히 여기는 관객들도 역시 크게 보면 같은 테두리에 있는 공동체일 터. '프로즌' 관람이 고된 체험이 될 수 있지만 "그런 힘든 과정 자체가 연극만이 줄 수 있는 무엇이라 생각한다"고 눈을 빛냈다. "집에 가면 묵직하게 얻는 것이 있을 거라 확신해요. 자신의 불행을 이겨내는 것보다 더 힘든 건 남의 불행을 지켜보는 거잖아요." 6월 9~2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번역 차영화, 윤색 고연옥, 무대 정승호. 3만5000원. 러닝타임 100분(인터미션 없음). 드림컴퍼니. 02-744-7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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