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11 01:27
[스피킹 인 텅스]
배우 넷, 9명役 번갈아 연기… 기혼남녀 불륜의 관계 고찰
배우들의 연습 과정은 틀림없이 가시밭길이었을 것이다. 완벽한 대칭 구조로 이뤄진 무대에 남녀 두 쌍이 등장한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같은 시간 서로 다른 두 곳의 장소에 있다.
그들의 대사는 중첩되거나 조금씩 변주된다. 양쪽 공간의 두 여자가 동시에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한쪽 공간의 남자가 "다른 데로 갈까요?"라고 말하고, 이어 다른 공간의 남자가 "잘 모르겠어요"라고 털어놓는다. 호흡이나 박자 하나만 놓쳐도 연극은 순식간에 엉키고 말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극 중 인물은 모두 기혼 남녀인 데다 현재 바람을 피우려는 상대는 자신의 배우자와 만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의 대사는 중첩되거나 조금씩 변주된다. 양쪽 공간의 두 여자가 동시에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한쪽 공간의 남자가 "다른 데로 갈까요?"라고 말하고, 이어 다른 공간의 남자가 "잘 모르겠어요"라고 털어놓는다. 호흡이나 박자 하나만 놓쳐도 연극은 순식간에 엉키고 말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극 중 인물은 모두 기혼 남녀인 데다 현재 바람을 피우려는 상대는 자신의 배우자와 만나고 있는 중이다.
호주 작가 앤드루 보벨이 쓰고 김동연이 연출한 연극 '스피킹 인 텅스'(Speaking in Tongues)를 관람한다는 것은 '연극이란 결국 인간의 불완전한 관계망(關係網)에서 파생되는 예술'이라는 것을 극적으로 깨닫는 체험과도 같다. 4명의 배우가 번갈아 맡는 9명의 극 중 인물은 서로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지만 그 누구도 타인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소외된다.
내용만 보면 '사랑과 전쟁' 스타일이던 1막과는 달리 2·3막에선 지금껏 대화 속에서만 나왔던 인물들이 실체를 갖추고 등장하는데, 그들의 관계 역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단절을 겪는다. 전화기의 자동 응답기 메시지는 번번이 제 역할을 하는 데 실패한다. 마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에서 여주인공이 전화기를 내던져 부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연극은 결국 모든 관계의 어그러짐이 개인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암시를 주는 듯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란 대사가 공허하게 들리는 반면 "우리 사이가 제대로 되려면 간단 명료함 하나로 충분해야 한다"는 밉살맞은 대사가 귀에 더 잘 들어오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이승준은 익살과 좌절을 순식간에 교차시키는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7월 19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공연 시간 135분, (02)766-6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