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이 순간] 울게하소서…뮤지컬 '파리넬리'

  • 뉴시스

입력 : 2015.05.08 14:44

파리넬리가 헨델의 '울게하소서'를 부르는 순간, 억눌렸던 그의 감정이 고음과 함께 터졌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18세기 유럽 최고의 카스트라토(거세된 남자 성악가)인 파리넬리의 드라마틱한 삶에 집중한다.

교회의 욕망과 권력, 작곡가인 형 '리카르도'의 욕심이 빚은 그의 변성기 이전 거세는 고음을 가능케 했으나 자아는 정작 내면의 저 밑을 천착케 했다.

악몽에 시달리던 파리넬리를 구원한 건 가상의 인물 남장 카스트라토 '안젤로'. 유럽 귀족의 잇딴 초대에도 무엇을 위해 노래하는지 몰랐던 파리넬리는 영국의 로열 오페라단에서 노래하는 안젤로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빛을 기다리고 기대한다.

하지만 뛰어난 동생의 능력에 기대어만 살다가 삐둘어진 리카르도가 안젤로를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하자 파리넬리는 형의 반대편에서 '울게하소서'를 노래한다. 노래의 감동은 단지 기교가 아니다. 가창자의 삶과 감정이 자연스레 묻어날 때 경건해진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이 정점을 위해 묵묵히 걸어간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그 여정에 신비스러움과 거룩함을 더한다.

2층 다리 무대와 1층 무대의 출입구는 뫼비우스 띠처럼 크게 원을 그린다. 결국 제 갈길을 가는 파리넬리·안젤로·리카르도, 이들 운명의 수레바퀴를 상징하는 듯하다.

헨델의 곡들을 제외하고, 크게 귀에 남는 넘버가 없고 일부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지만 캐릭터들의 차곡차곡 쌓이는 감정선의 여운 때문에 계속 돌아보게 된다. 파리넬리 역의 고유진은 세밀한 감정 표현은 약하나, 진심이 묻어나는 노래와 연기를 보여준다. 5월10일까지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또 다른 파리넬리는 루이스 초이. 1만~10만원. HJ컬쳐. 02-588-7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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