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04 17:14

'모다페 2015' 통해 10여년 만에 작업
서울 사당동 건물 지하의 현대무용팀 '무버(mover)' 연습실인 '아틀리에'(또는 놀이터)를 기억해두자. 현대무용계에 성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니.
엠넷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를 통해 '갓설진'(뛰어난 사람을 치켜세울 때 네티즌들이 그 이름 앞에 애칭으로 '갓(god)'을 붙임)으로 불리며 대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현대무용가 남현우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하는 곳이다.
최근 주목 받는 '시나브로 가슴에' 이재영 등 7명의 무용수로 구성된 무버의 전진 기지이자 실험실이다.
1일 노동절 이곳에서 만난 김설진은 "매달 일정액을 받는 무용팀을 꾸리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보장 급여를 지급하는 민간 현대무용단은 현재 전무하다. "댄서들이 PC방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작업하는 것이 싫어요. 그 시간에 안무 작업에 집중하기를 바랐죠." 이재영은 "2달째 월급을 받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곧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김설진은 책임감과 기대가 섞인 표정으로 이재영을 지켜봤다.
김설진과 이재영은 '2015 창작산실시범공연 선정작'으로 '제34회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 2015)를 통해 선보이는 신작 '먼지매듭'을 통해 10여년 만에 함께 작업했다.
두 사람은 서울예대 무용과 재학시절 만났다. 김설진이 01학번, 이재영이 02학번. '수다 패밀리'였다고 입을 모아 웃었다.
"설진이 형이 체격 조건(키 168㎝)이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근데 기계 같았어요. 신기하게 몸을 움직이더라고요. 스트리트 댄스하고 무용이 조화가 된 거죠. 참 유연해서 신기했죠."(이재영) "재영이는 감각이 뛰어난 친구예요. 본능적이고 안무의 타이밍을 알죠.(김설진)
김설진이 이후 한국종합예술학교 무용과에 입학한 뒤 안성수 픽업그룹을 거쳐 벨기에의 피핑톰 등 약 7년 간 외국에서 활약하면서 작업할 기회가 없었다. 이재영 역시 한성대 무용학과로 옮기고 여러 콩쿠르를 휩쓸며 두각을 나타내느라 바빴다.
'먼지매듭'은 무버의 예술감독인 김설진이 안무를 맡았고 이재영, 남현우 등이 출연한다. 주로 내러티브가 강했던 김설진의 기존 작품과 달리 이미지 나열이 부각된다. 기억을 지우는 '레테의 강'이 모티브다. 단테의 신곡 중 '연옥' 편에서 콘셉트를 따왔다. 생전에 지은 죄들을 씻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무는 '중간 단계'다.
김설진은 "쉽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러 사건들이 있었는데, 주변의 일들에 쉽게 묻혀버리잖아요. 지난해와 올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큰 사건사고가 있었잖아요. 힘 없는 사람들일수록 기억에서 빨리 잊혀지더라고요…."
무겁고 어두운 작품이지만 작업 과정은 즐거웠다. 김설진은 "작업까지 힘들게 하지는 않아요. 오래 가야 하니 작업 자체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영은 이곳은 '놀이터'라고 했다. 인터뷰에 앞서 진행한 사진 촬영에서 김설진과 이재영은 스케이트 보드와 킥보드를 신나게 나눠 탔다.
김설진은 "아틀리에라고 만들어놓았는데 친구들이 계속 놀이터라 한다"고 웃었다. "춤만 추기 위한 공간이 아니에요. 무엇을 하든 상관 없는 장소에요. 미술을 하든, 연기를 하든 무엇이든 창작하기 위한 곳이죠." 무엇보다 민주적인 공간이다. 김설진은 "모든 구성원들의 상하가 없다"면서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시너지가 나온다"고 했다.
이재영은 '모다페 2015'에서 자신의 안무작 '휴식'을 재공연한다. 휴식의 간절함과 공허함을 탄력적인 '농구'의 움직임을 차용해 표현했다. 2011년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무대에 올릴 때마다 변화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똑같은 작품을 하다보면 생동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매번 변화를 추구해요."
김설진 역시 "피핑톰에서 한 작품을 100번 정도까지는 똑같이 하려 했는데 한번도 완벽한 적은 없었다"면서 "공연 예술은 완벽보다는 현장의 살아 있는 것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눈을 빛냈다.
현대무용수들의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인 '모다페'가 그래서 중요하다. 무용수들의 '날 것의 현장'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 등의 후원이 부족해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무용수들이 무대에 계속 설 수 있는 이 같은 '페스티벌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김설진과 이재영은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이런 공간에서 계속 선보일 춤에 대한 의미를 끊임 없이 찾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목숨 걸고 했어요. 근데 이제는 목숨 걸 다른 것(가족)이 생겨서…(웃음). 지금은 제일 좋아하는 어떤 거죠."(김설진) "5년 전부터 나름대로 얻은 결론은 소통이에요.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줬거든요."(이재영)
아틀리에 또는 놀이터는 드림팩토리이기도 했다.
한국현대무용협회(회장 김현남 한국체대 교수)가 주최하는 '모다페'는 5월19~3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 마로니에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7개국 23개 예술단체 226명 무용수들이 참여한다. 개막작은 스펠바운드 컨템포러리 발레단의 '더 포 시즌스'(The Four Seasons·사계), 폐막작은 꽁빠니 111의 오렐리앙 보리와 필 솔타노프의 '플랜(Plan) B'다. 3만~7만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모다페 사무국. 02-765-5532
서울 사당동 건물 지하의 현대무용팀 '무버(mover)' 연습실인 '아틀리에'(또는 놀이터)를 기억해두자. 현대무용계에 성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니.
엠넷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를 통해 '갓설진'(뛰어난 사람을 치켜세울 때 네티즌들이 그 이름 앞에 애칭으로 '갓(god)'을 붙임)으로 불리며 대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현대무용가 남현우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하는 곳이다.
최근 주목 받는 '시나브로 가슴에' 이재영 등 7명의 무용수로 구성된 무버의 전진 기지이자 실험실이다.
1일 노동절 이곳에서 만난 김설진은 "매달 일정액을 받는 무용팀을 꾸리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보장 급여를 지급하는 민간 현대무용단은 현재 전무하다. "댄서들이 PC방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작업하는 것이 싫어요. 그 시간에 안무 작업에 집중하기를 바랐죠." 이재영은 "2달째 월급을 받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곧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김설진은 책임감과 기대가 섞인 표정으로 이재영을 지켜봤다.
김설진과 이재영은 '2015 창작산실시범공연 선정작'으로 '제34회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 2015)를 통해 선보이는 신작 '먼지매듭'을 통해 10여년 만에 함께 작업했다.
두 사람은 서울예대 무용과 재학시절 만났다. 김설진이 01학번, 이재영이 02학번. '수다 패밀리'였다고 입을 모아 웃었다.
"설진이 형이 체격 조건(키 168㎝)이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근데 기계 같았어요. 신기하게 몸을 움직이더라고요. 스트리트 댄스하고 무용이 조화가 된 거죠. 참 유연해서 신기했죠."(이재영) "재영이는 감각이 뛰어난 친구예요. 본능적이고 안무의 타이밍을 알죠.(김설진)
김설진이 이후 한국종합예술학교 무용과에 입학한 뒤 안성수 픽업그룹을 거쳐 벨기에의 피핑톰 등 약 7년 간 외국에서 활약하면서 작업할 기회가 없었다. 이재영 역시 한성대 무용학과로 옮기고 여러 콩쿠르를 휩쓸며 두각을 나타내느라 바빴다.
'먼지매듭'은 무버의 예술감독인 김설진이 안무를 맡았고 이재영, 남현우 등이 출연한다. 주로 내러티브가 강했던 김설진의 기존 작품과 달리 이미지 나열이 부각된다. 기억을 지우는 '레테의 강'이 모티브다. 단테의 신곡 중 '연옥' 편에서 콘셉트를 따왔다. 생전에 지은 죄들을 씻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무는 '중간 단계'다.
김설진은 "쉽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러 사건들이 있었는데, 주변의 일들에 쉽게 묻혀버리잖아요. 지난해와 올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큰 사건사고가 있었잖아요. 힘 없는 사람들일수록 기억에서 빨리 잊혀지더라고요…."
무겁고 어두운 작품이지만 작업 과정은 즐거웠다. 김설진은 "작업까지 힘들게 하지는 않아요. 오래 가야 하니 작업 자체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영은 이곳은 '놀이터'라고 했다. 인터뷰에 앞서 진행한 사진 촬영에서 김설진과 이재영은 스케이트 보드와 킥보드를 신나게 나눠 탔다.
김설진은 "아틀리에라고 만들어놓았는데 친구들이 계속 놀이터라 한다"고 웃었다. "춤만 추기 위한 공간이 아니에요. 무엇을 하든 상관 없는 장소에요. 미술을 하든, 연기를 하든 무엇이든 창작하기 위한 곳이죠." 무엇보다 민주적인 공간이다. 김설진은 "모든 구성원들의 상하가 없다"면서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시너지가 나온다"고 했다.
이재영은 '모다페 2015'에서 자신의 안무작 '휴식'을 재공연한다. 휴식의 간절함과 공허함을 탄력적인 '농구'의 움직임을 차용해 표현했다. 2011년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무대에 올릴 때마다 변화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똑같은 작품을 하다보면 생동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매번 변화를 추구해요."
김설진 역시 "피핑톰에서 한 작품을 100번 정도까지는 똑같이 하려 했는데 한번도 완벽한 적은 없었다"면서 "공연 예술은 완벽보다는 현장의 살아 있는 것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눈을 빛냈다.
현대무용수들의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인 '모다페'가 그래서 중요하다. 무용수들의 '날 것의 현장'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 등의 후원이 부족해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무용수들이 무대에 계속 설 수 있는 이 같은 '페스티벌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김설진과 이재영은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이런 공간에서 계속 선보일 춤에 대한 의미를 끊임 없이 찾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목숨 걸고 했어요. 근데 이제는 목숨 걸 다른 것(가족)이 생겨서…(웃음). 지금은 제일 좋아하는 어떤 거죠."(김설진) "5년 전부터 나름대로 얻은 결론은 소통이에요.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줬거든요."(이재영)
아틀리에 또는 놀이터는 드림팩토리이기도 했다.
한국현대무용협회(회장 김현남 한국체대 교수)가 주최하는 '모다페'는 5월19~3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 마로니에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7개국 23개 예술단체 226명 무용수들이 참여한다. 개막작은 스펠바운드 컨템포러리 발레단의 '더 포 시즌스'(The Four Seasons·사계), 폐막작은 꽁빠니 111의 오렐리앙 보리와 필 솔타노프의 '플랜(Plan) B'다. 3만~7만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모다페 사무국. 02-765-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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