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30 09:40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고 성큼성큼 걷는 건 기본이다. 주먹질, 발길질도 모자라 악기를 남자 머리에 내다꽂기도 한다.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첫 선을 보인 29일 밤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발레리나의 변신에 웃음꽃이 내내 피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바탕이다. 왈가닥 '카테리나'와 그녀를 현모양처로 길들이는 '페트루키오'의 팽팽한 공방전은 '우아한 웃음'을 선사했다. 고전 발레에 자주 등장하는 공주가 아닌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남자를 때리고 물어뜯는 카테리나는 신선했다.
그 만큼 연극적인 요소가 강했다. 과장된 동작은 물론 얼굴 표정까지 세세했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를 보는 듯한 마임과 슬랩스틱 역시 일품이었다. 특히 천방지축에서 정숙한 아내로 변모하는 카테리나의 감정선을 잘 그렸다. 막판에 남편 페트루키오 앞에서는 차분한데, 자신처럼 날뛰었던 아가씨를 훈계할 때는 다시 괄괄해지는 카테리나의 모습은 어느 코미디 못지 않았다.
따라서 기존 발레를 어려워한 관객들은 관람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하지만 발레리나·발레리노들에게는 그래서 더 어렵다. 발레의 기본을 유지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코믹한 동작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카테리나와 페트루키오의 두 차례 파드되(2인무)가 정점이다. 카테리나가 양 팔을 아래로 늘어뜨리는 등 우스꽝스럽게 힘을 한 껏 뺀 상황에서 페트루키오가 2인무를 만들어가는 전개양상은 독특한 리듬감을 안겼다. 페트루키오가 팔의 힘에만 의지, 공중에서 상반신을 45˚로 기울이는 카테리나를 지탱해야 하는 등 '묘기'도 상당했다. 소품 용 목재 말에 의지한 코믹한 동작은 기존 발레에서 보기 힘든 진풍경이었다. 발레 인생 18년 만에 '이렇게 망가지는 건' 처음이라는 카테리나 역의 김지영은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놀라운 비율과 기량을 자랑하는 페트루키오의 김현웅 역시 과장된 연기와 안무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두 사람이 피날레 파드되에서 고전 발레의 전형적인 테크닉을 선보일 때 그래서 더 우아했다.
카테리나의 동생으로 예쁜 모습만 보여주지만 내숭 덩어리인 '비앙카'는 극에 부드러움을 더했다. 비앙카의 사랑을 구애하는 구혼자 3명은 확실한 코믹 캐릭터를 구축하며 영화 속 감초 같은 역을 담당한다.
원작 태생의 한계 때문에 아내가 남편에게 종속됐다는 인상을 혹여나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막판 카테리나와 페트루키오가 파드되 이후 바닥에 나란히 다리를 뻗고 앉아 사랑스런 눈빛을 주고 받을 때 그런 걱정은 접게 된다. 페트루키오가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카테리나의 코끝을 지긋이 누를 때, 어느 로맨틱 발레보다 사랑스러웠다.
몇 안 되는 희극 발레로 '발레 대중화'에 제격이다. 우악스럽지만 우아한 발레리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희극발레의 정석으로 부를만 하다. 안무가 존 크랑코의 작품으로 아시아 발레단이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몸담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2006년 성남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으로 선보인 바 있다. 드라마틱한 발레의 비극적인 연기로 유명한 강수진의 첫 코믹 발레 도전 작품으로 당시 그녀가 카테리나를 맡았다. 강 예술감독이 이번에 직접 지도에 나섰는데 그녀의 원 포인트 레슨이 제대로 통했다. 주로 비련의 여주인공을 맡았던 강 예술감독은 1997년 이 역을 처음 맡아 희·비극에 정통한 발레리나로 자리매김했다.
카테리나 김지영·신승원·이은원, 페트루키오 김현웅·이동훈·이재우, 비앙카 김리회·박슬기·박예은. 5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 지휘 제임스 터글,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러닝타임 125분(인터미션 20분). 5000~10만원. 예술의전당 쌕티켓. 02-580-1300
사랑스럽고 우아한 희극 발레 ★★★★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첫 선을 보인 29일 밤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발레리나의 변신에 웃음꽃이 내내 피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바탕이다. 왈가닥 '카테리나'와 그녀를 현모양처로 길들이는 '페트루키오'의 팽팽한 공방전은 '우아한 웃음'을 선사했다. 고전 발레에 자주 등장하는 공주가 아닌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남자를 때리고 물어뜯는 카테리나는 신선했다.
그 만큼 연극적인 요소가 강했다. 과장된 동작은 물론 얼굴 표정까지 세세했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를 보는 듯한 마임과 슬랩스틱 역시 일품이었다. 특히 천방지축에서 정숙한 아내로 변모하는 카테리나의 감정선을 잘 그렸다. 막판에 남편 페트루키오 앞에서는 차분한데, 자신처럼 날뛰었던 아가씨를 훈계할 때는 다시 괄괄해지는 카테리나의 모습은 어느 코미디 못지 않았다.
따라서 기존 발레를 어려워한 관객들은 관람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하지만 발레리나·발레리노들에게는 그래서 더 어렵다. 발레의 기본을 유지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코믹한 동작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카테리나와 페트루키오의 두 차례 파드되(2인무)가 정점이다. 카테리나가 양 팔을 아래로 늘어뜨리는 등 우스꽝스럽게 힘을 한 껏 뺀 상황에서 페트루키오가 2인무를 만들어가는 전개양상은 독특한 리듬감을 안겼다. 페트루키오가 팔의 힘에만 의지, 공중에서 상반신을 45˚로 기울이는 카테리나를 지탱해야 하는 등 '묘기'도 상당했다. 소품 용 목재 말에 의지한 코믹한 동작은 기존 발레에서 보기 힘든 진풍경이었다. 발레 인생 18년 만에 '이렇게 망가지는 건' 처음이라는 카테리나 역의 김지영은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놀라운 비율과 기량을 자랑하는 페트루키오의 김현웅 역시 과장된 연기와 안무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두 사람이 피날레 파드되에서 고전 발레의 전형적인 테크닉을 선보일 때 그래서 더 우아했다.
카테리나의 동생으로 예쁜 모습만 보여주지만 내숭 덩어리인 '비앙카'는 극에 부드러움을 더했다. 비앙카의 사랑을 구애하는 구혼자 3명은 확실한 코믹 캐릭터를 구축하며 영화 속 감초 같은 역을 담당한다.
원작 태생의 한계 때문에 아내가 남편에게 종속됐다는 인상을 혹여나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막판 카테리나와 페트루키오가 파드되 이후 바닥에 나란히 다리를 뻗고 앉아 사랑스런 눈빛을 주고 받을 때 그런 걱정은 접게 된다. 페트루키오가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카테리나의 코끝을 지긋이 누를 때, 어느 로맨틱 발레보다 사랑스러웠다.
몇 안 되는 희극 발레로 '발레 대중화'에 제격이다. 우악스럽지만 우아한 발레리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희극발레의 정석으로 부를만 하다. 안무가 존 크랑코의 작품으로 아시아 발레단이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몸담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2006년 성남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으로 선보인 바 있다. 드라마틱한 발레의 비극적인 연기로 유명한 강수진의 첫 코믹 발레 도전 작품으로 당시 그녀가 카테리나를 맡았다. 강 예술감독이 이번에 직접 지도에 나섰는데 그녀의 원 포인트 레슨이 제대로 통했다. 주로 비련의 여주인공을 맡았던 강 예술감독은 1997년 이 역을 처음 맡아 희·비극에 정통한 발레리나로 자리매김했다.
카테리나 김지영·신승원·이은원, 페트루키오 김현웅·이동훈·이재우, 비앙카 김리회·박슬기·박예은. 5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 지휘 제임스 터글,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러닝타임 125분(인터미션 20분). 5000~10만원. 예술의전당 쌕티켓. 02-580-1300
사랑스럽고 우아한 희극 발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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