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일 트리티코', 오페라 페스티벌 아니면 공연 못하죠"

  • 뉴시스

입력 : 2015.04.29 09:37

'제6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레퍼토리 다양화
지난 4년 간 회당 평균 관객 꾸준히 늘어
푸치니 오페라 3부작 '일 트리티코'는 국내에 생소한 작품이다. 푸치니가 죽기 전 완성한 최후의 작품이다. '외투' '수녀 안젤리카' '쟌니 스키키' 등 단막 3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오페라다.

작품마다 성격과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 기존 오페라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건 당연하다. 단독으로 종종 공연되는 '쟌니 스키키' 외에 최근 5년간 3부작 전체가 동시에 무대에 오른 적은 없다.

솔오페라단은 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을 초청해 이 공연을 선보인다. '제6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참가작 중 하나로 5월15~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솔오페라단 이소영 단장은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간담회에서 "페스티벌이 아니면 이런 작품을 택하기 어렵다"면서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민간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선보이기 힘든 오페라다. (단편이지만) 세편을 올리다 보니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다. 주·조역 50명을 동시에 모으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모데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에 한국인 기술자들이 직접 가 많이 배워오기도 했다."

이번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이처럼 다양한 레퍼토리가 눈에 띈다. 인기작부터 희귀작까지, 두루 골랐다. 모차르트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을 제외하고 오페라 마니아들에게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자주 공연되지 않은 작품이 주를 이룬다.

로시니의 그랜드 오페라 '모세'(5월 22~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배경을 현대로 옮겨서 보여주는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장수동 단장은 "이번 페스티벌은 오페라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한 출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누오바 오페라단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5월 29~3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지휘하는 양진모도 "유럽 못지 않은 레퍼토리"라면서 "한국 오페라의 역사가 약 50년이 됐는데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자주 공연되는 '피가로의 결혼'(5월 8~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2005년 이후 10년 만에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서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보석 소프라노 홍혜경의 출연으로 눈길을 끈다.

'피가로의 결혼'을 선보이는 무악오페라 김관동 공연예술감독은 "홍혜경 선생님이 모차르트의 백미인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 부인' 역을 맡고 싶다고 하셔서 고른 작품"이라면서 "메트에 데뷔했거나, 데뷔를 앞둔 사람들을 캐스팅하느라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는 실화인 '제비꽃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칠레아의 오페라로 가녀린 한 여자의 사랑을 노래한다. 창작오페라의 발굴과 복원이라는 사명을 지닌 국립오페라단은 박영근의 '주몽'(6월 6~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으로 진취적이고 장대한 스케일의 고구려사를 선보인다.

최남인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지난 5년 동안 오페라 제작에 활성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저변 확대 및 대중화를 위해서 노력해왔다"면서 "오페라인들의 화합을 다지며 질적 성장에 기여해왔다"고 자평했다. 축제에 참여하는 오페라 단체들이 통합 오디션을 통해 국내 신진 성악가들을 뽑아 출연시킨 것도 성과로 봤다.

실제 이 페스티벌 회당 관객은 꾸준히 증가했다. 예술의전당에 따르면 2010년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당시 21회 공연에 2만5005명을 끌어 모아 회당 평균 1190명을 기록했는데 2011년 제2회 때는 28회 공연에 3만3399명을 불러 앉혀 회당 평균 1192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2012년 3회 때는 19회 공연에 2만3815명으로 회당 평균 1253명, 2013년 4회 때는 22회 공연에 2만8983명을 모아 회당 평균 1317명, 지난해 5회 때는 16회 공연에 2만5510명을 모아 회당 평균 1594명으로 조사됐다. 4년 간 회당 관객이 약 400명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아직 오페라계 전체 대중화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부에서는 창작 오페라가 "재미 없다"는 반응도 내놓는다.

'주몽'을 연출하는 김홍승은 그러나 "창작오페라에는 우리의 정서를 담아야 한다"면서 "공연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이다. 하지만 재미만 추구하다가 의미를 잃을 수 있으니 신화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가족 간의 사랑을 다루면서 재미있게 만들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오페라 활성화를 위한 환경이 척박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번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의 총 예산은 8억원으로, 참여한 오페라단에 약 1억5000만원씩 돌아갔다. 수십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뮤지컬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숫자다. 이에 따라 홍보에도 한계가 있다. 아울러 페스티벌로 묶여 여러 단체가 일정 기간에 집중해서 공연하다 보니 무대 설치 기간의 확보 등에 어려움도 따른다.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박민정 예술의전당 공연부장은 "예산이 미비하다 보니 예술의전당을 중심으로 강남에만 포인트를 잡아서 우선 홍보를 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참여 단체들의 협조를 통해 페스티벌의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선 국내 신진 성악가들의 연합 오디션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저렴한 티켓 가격(3만원)의 '페스티벌석' 등으로 관객들의 관심도 끌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은 야외공연이 올해에도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5월23일과 같은 달 30일 2회에 걸쳐 가족을 위한 오페라 해설공연(클래식평론가 장일범의 '우리가족 오페라 소풍')과 광복 70주년을 기념한 창작오페라 갈라 무대가 준비됐다.

깊이 있게 오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강의도 마련됐다. 5월7일과 같은 달 21일 음악평론가 유정우와 황지원이 2개의 작품을 묶어 공연에 앞서 오페라 미리 보기를 진행한다. 5월8일~6월7일까지. 오페라 공연 1만~18만원. 예술의전당 쌕티켓.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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