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 밑 조선 반닫이<br>모던 인테리어가 되다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5.04.14 00:32

[이화익갤러리·예나르 '우리 옛 가구와 현대미술'展]

조선시대 문갑 등 30여점, 현대미술作 20점과 전시

붉은빛이 감도는 조선시대 반닫이 위에 도예가 신상호의 조각 한 점이 놓여 있다. 바로 위 벽면에는 40대 작가 정보영의 회화가 걸렸다. 열린 창문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와 선명한 대조가 특징적인 그림이다. 어둠을 가르며 실내 공간을 밝히는 그림 속 하늘색 빛과 2차원 평면 같은 도예 조각의 비취색이 견고한 목가구와 어우러져 몽환적 느낌까지 빚어낸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 옛 가구와 현대미술'전 풍경이다. 고미술 전문 화랑 예나르와 이화익갤러리가 공동 기획한 전시에는 조선시대 소반, 반닫이, 문갑 등 옛 가구 30여점과 한국 현대미술 작가 8명의 작품 20여점이 함께 전시됐다. 오래된 나뭇결이 살아있는 조선시대 전주장(全州欌) 위엔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그림이 걸렸고, 장식이 화려한 양산반닫이 위에는 차동하의 기하학적인 추상 그림이 어울려 한 폭의 설치작품처럼 보인다.

정보영의 그림‘Appearing’(위)과 신상호의 도예 조각(가운데), 조선시대 반닫이가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어우러졌다.
정보영의 그림‘Appearing’(위)과 신상호의 도예 조각(가운데), 조선시대 반닫이가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어우러졌다. /이화익갤러리 제공
옛것과 새것, 동양과 서양, 조선시대와 현대의 만남이 세련된 조화를 이뤘다. 당장 인테리어로 활용해도 손색없을 것 같다. 단순하고 간결한 사방탁자(四方卓子)는 웬만한 현대식 가구보다 더 모던하다. 고목(古木)을 캔버스 삼아 작업하는 김덕용의 그림은 고가구와 꽤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층 전시장 안쪽에 마주 놓인 그의 그림 사이에 앞면을 휘가사 나무로 장식한 이층농이 자리를 잡았다. 제주도나 남해안에서 자라 거센 바람에 깊은 골과 구멍이 생긴 나무를 어슷하게 켜서 판재로 만들고 여기에 회반죽을 밀어넣어 표면을 정리했다. 흰 눈이 휘몰아치는 듯한 무늬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도예 작가 이영재, 화폭에 흑과 백의 짧은 획을 긋는 이강소, 따스한 자연 풍경을 그린 임동식의 작품도 옛 가구와 조화를 보여준다. 이화익 대표는 "조선시대 옛 가구는 오랜 세월 자연과 사람의 정성 어린 손길로 이뤄진 결과물"이라며 "단아하고 아름다운 우리 옛 가구를 현대적인 공간에서 최신 미술 작품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젊은 세대도 즐길 수 있게 꾸몄다"고 했다. 28일까지. (02)730-7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