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06 16:28
김명곤(63)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활짝 웃었다. 국립창극단 단원이 인터뷰 중인 그에게 다가와 오랜만이라고 인사하자 '아빠웃음'을 지었다.
3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명곤은 설렘으로 충만했다. 그는 2000~2005년 국립극장 극장장을 역임했다. 이후 이 극장에서 공연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자신이 주인공 '심봉사'와 예술감독을 동시에 맡은 마당극 '아빠 철들이기'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06~2007)까지 역임한 그가 16년 만에 무대에 다시 서는 작품이다. 1999년 연극 '유랑의 노래' 이후 처음이다.
"부담이 된다. 오랫동안 무대 연기를 보여드리지 않았으니. 극장 경영자나 연출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도 새로운 눈으로 저를 보실 수 있을 거다"라며 웃었다.
이어 아버지 역을 또 연기한다. 5월1일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개막하는 연극 '아버지'에서도 전무송, 권성덕과 함께 이 시대에서 소외된 외로운 아버지 역을 나눠 맡는다. 지난 공연 당시엔 연출로만 참여했다.
아버지의 권위가 점점 옅어지는 시대에 잇따라 아버지 역을 맡았다. 철부지 아빠, 외로운 아빠 등 역도 다양하다.
"나 역시 아버지의 나이가 됐고 주변 동료들 역시 아버지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버지에 관한 것들은 슬픈 이야기가 됐다. 이 시대 아버지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다 자연스레 아버지를 다루게 됐다." '아빠 철들이기'는 고대소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당차고 야무진 소녀 가장 '심청'과 날이면 날마다 사고치고 들어오는 철부지 아버지 '심학규'가 보여주는 애증의 부녀관계에 심청의 풋풋한 사랑이 더해진다.
"욕망에 눈이 멀어 문제를 일으키는 아버지 이야기다. 코믹한 풍자극이다. 그런데 그 밑에 깔린 정서는 슬프다. 심 봉사는 돈을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치열한 경쟁에 뒤처진 아버지다. 그는 딸을 잃어버리고 난 뒤 마음의 눈을 뜨게 된다. 결국, 눈뜬장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욕망에 눈이 멀고, 돈에 눈이 먼 눈뜬장님들 말이다. 이 작품으로 관객들이 잊어버린 것들을 되찾았으면 한다."
동양대학교가 설립한 동양예술극장(대표 유인택) 개관 기념 초청작으로 내놓는 '아버지'는 김명곤이 2012년 연출로 선보였다. 아서 밀러의 고전 '세일즈맨의 죽음'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청년실업과 노년 실업, 88만원 세대의 비애와 가족이 해체된 세태를 반영한다.
"'아버지'를 연출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떠오르는 여러 화두를 봤다. 아버지가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이다 보니 무대를 밟고 싶은 생각도 들고, 작가로서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아버지'에 출연하는 전무송, 권성덕을 비롯해 이순재, 신구 등 원로배우들은 이미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김명곤·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노주현, 박정수 등이 연달아 무대에 오르며 연극계가 풍성해지고 있다. 영화 '서편제'(1993)의 '유봉' 역으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명곤은 연극배우들의 영화계 진출 러시의 선봉장이다.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최근에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명량'(2014)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에서 입지를 다졌다.
"내가 처음에 무대 연기자로 출발할 때만 해도 장르 간에 구분이 있었다. 1990년대, 2000년대 들어와서 그 경계가 조금씩 없어졌지. 장르 간에 자연스럽게 왕래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런데 무대라는 것이 모든 연기자가 돌아가고 싶어하는 고향 같은 곳이다. 초심을 돌아볼 수 있다. 나 역시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지금 그런 기분이다."
비교적 가벼운 작품이 많은 대학로의 트렌드는 인정한다면서도 "다소 진지하고 중년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연극 문화가 다채로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20대뿐 아니라 40~60대도 볼 수 있는 작품, 온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작품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대학로가 좀더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
대학로극장, 삼일로 창고극장 등 최근 대학로 일대에서 폐관 위기에 몰린 소극장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했다. "100~200석짜리 소극장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확장돼야 한다. 특히 실감할 수 있는 정책 말이다. 소극장이 입주한 건물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상황이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무대 감독, 기술감독 등 소극장의 인건비를 지원할 때도 있다. 정확한 실태 조사를 하고 거기에 맞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입에 바른 휘황찬란한 언사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젊은 예술학부 학생들이 창작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야지. 특히 평소 대학로에 오지 못하는 지방대 학생들에게 창작공간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체제에서 새 이사장이 됐다. 내우외환이 많았던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예술경영전문가인 이 사장과 행정, 현장을 두루 경험한 김명곤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무엇보다 내부의 화합이 우선적이다. 그것을 잘 정비한 다음에 예술적인 성과를 하나씩 보여줘야 한다. 이승엽 사장이 잘 이끌어가면 든든한 이사진 분들과 함께 뒤에서 조용히 협력하고 싶다."
김명곤에게 이처럼 수많은 수식이 따라붙지만, 그가 예전부터 강조했듯 가장 어울리는 건 '광대'다. "전통 시대에 광대는 다양한 일을 했다. 내가 배우냐, 연출가냐, 극장 대표냐, 행정가냐 이렇게 따지다 보면 결국 할 말이 없어지더라. 그냥 다 하는 사람이지.(웃음) 요즘에는 가수들이 MC도 보고 연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가. 장르가 융합되는 거다. 나는 그게 정상으로 느껴진다. 화가가 시 쓰면 안 되고 배우하면 안 되라는 법 없지 않은가. 잘 파고 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여러 우물을 파고 싶다."
'아빠 철들이기' 19일까지 국립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 3만5000~4만5000원. 국립극장. 2280-4114, '아버지' 7월26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 3만5000~5만원. 선아트컴퍼니. 02-515-0405.
3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명곤은 설렘으로 충만했다. 그는 2000~2005년 국립극장 극장장을 역임했다. 이후 이 극장에서 공연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자신이 주인공 '심봉사'와 예술감독을 동시에 맡은 마당극 '아빠 철들이기'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06~2007)까지 역임한 그가 16년 만에 무대에 다시 서는 작품이다. 1999년 연극 '유랑의 노래' 이후 처음이다.
"부담이 된다. 오랫동안 무대 연기를 보여드리지 않았으니. 극장 경영자나 연출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도 새로운 눈으로 저를 보실 수 있을 거다"라며 웃었다.
이어 아버지 역을 또 연기한다. 5월1일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개막하는 연극 '아버지'에서도 전무송, 권성덕과 함께 이 시대에서 소외된 외로운 아버지 역을 나눠 맡는다. 지난 공연 당시엔 연출로만 참여했다.
아버지의 권위가 점점 옅어지는 시대에 잇따라 아버지 역을 맡았다. 철부지 아빠, 외로운 아빠 등 역도 다양하다.
"나 역시 아버지의 나이가 됐고 주변 동료들 역시 아버지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버지에 관한 것들은 슬픈 이야기가 됐다. 이 시대 아버지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다 자연스레 아버지를 다루게 됐다." '아빠 철들이기'는 고대소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당차고 야무진 소녀 가장 '심청'과 날이면 날마다 사고치고 들어오는 철부지 아버지 '심학규'가 보여주는 애증의 부녀관계에 심청의 풋풋한 사랑이 더해진다.
"욕망에 눈이 멀어 문제를 일으키는 아버지 이야기다. 코믹한 풍자극이다. 그런데 그 밑에 깔린 정서는 슬프다. 심 봉사는 돈을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치열한 경쟁에 뒤처진 아버지다. 그는 딸을 잃어버리고 난 뒤 마음의 눈을 뜨게 된다. 결국, 눈뜬장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욕망에 눈이 멀고, 돈에 눈이 먼 눈뜬장님들 말이다. 이 작품으로 관객들이 잊어버린 것들을 되찾았으면 한다."
동양대학교가 설립한 동양예술극장(대표 유인택) 개관 기념 초청작으로 내놓는 '아버지'는 김명곤이 2012년 연출로 선보였다. 아서 밀러의 고전 '세일즈맨의 죽음'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청년실업과 노년 실업, 88만원 세대의 비애와 가족이 해체된 세태를 반영한다.
"'아버지'를 연출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떠오르는 여러 화두를 봤다. 아버지가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이다 보니 무대를 밟고 싶은 생각도 들고, 작가로서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아버지'에 출연하는 전무송, 권성덕을 비롯해 이순재, 신구 등 원로배우들은 이미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김명곤·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노주현, 박정수 등이 연달아 무대에 오르며 연극계가 풍성해지고 있다. 영화 '서편제'(1993)의 '유봉' 역으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명곤은 연극배우들의 영화계 진출 러시의 선봉장이다.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최근에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명량'(2014)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에서 입지를 다졌다.
"내가 처음에 무대 연기자로 출발할 때만 해도 장르 간에 구분이 있었다. 1990년대, 2000년대 들어와서 그 경계가 조금씩 없어졌지. 장르 간에 자연스럽게 왕래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런데 무대라는 것이 모든 연기자가 돌아가고 싶어하는 고향 같은 곳이다. 초심을 돌아볼 수 있다. 나 역시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지금 그런 기분이다."
비교적 가벼운 작품이 많은 대학로의 트렌드는 인정한다면서도 "다소 진지하고 중년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연극 문화가 다채로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20대뿐 아니라 40~60대도 볼 수 있는 작품, 온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작품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대학로가 좀더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
대학로극장, 삼일로 창고극장 등 최근 대학로 일대에서 폐관 위기에 몰린 소극장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했다. "100~200석짜리 소극장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확장돼야 한다. 특히 실감할 수 있는 정책 말이다. 소극장이 입주한 건물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상황이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무대 감독, 기술감독 등 소극장의 인건비를 지원할 때도 있다. 정확한 실태 조사를 하고 거기에 맞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입에 바른 휘황찬란한 언사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젊은 예술학부 학생들이 창작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야지. 특히 평소 대학로에 오지 못하는 지방대 학생들에게 창작공간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체제에서 새 이사장이 됐다. 내우외환이 많았던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예술경영전문가인 이 사장과 행정, 현장을 두루 경험한 김명곤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무엇보다 내부의 화합이 우선적이다. 그것을 잘 정비한 다음에 예술적인 성과를 하나씩 보여줘야 한다. 이승엽 사장이 잘 이끌어가면 든든한 이사진 분들과 함께 뒤에서 조용히 협력하고 싶다."
김명곤에게 이처럼 수많은 수식이 따라붙지만, 그가 예전부터 강조했듯 가장 어울리는 건 '광대'다. "전통 시대에 광대는 다양한 일을 했다. 내가 배우냐, 연출가냐, 극장 대표냐, 행정가냐 이렇게 따지다 보면 결국 할 말이 없어지더라. 그냥 다 하는 사람이지.(웃음) 요즘에는 가수들이 MC도 보고 연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가. 장르가 융합되는 거다. 나는 그게 정상으로 느껴진다. 화가가 시 쓰면 안 되고 배우하면 안 되라는 법 없지 않은가. 잘 파고 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여러 우물을 파고 싶다."
'아빠 철들이기' 19일까지 국립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 3만5000~4만5000원. 국립극장. 2280-4114, '아버지' 7월26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 3만5000~5만원. 선아트컴퍼니. 02-5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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