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사랑했던 당신, 듣고 계시나요?

  • 통영=김기철 기자

입력 : 2015.04.06 00:51

[통영국제음악제, 초대 이사장 故 박성용 회장 추모 연주회]

영재 발굴·공연장 설립 등 韓 예술 발전 이끈 후원자
손열음·권혁주 등 참여 "故人 좋아한 밝은曲 연주"

주말 오후 통영 앞바다엔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쳤다. 번개도 내리꽂혔다. 콘서트홀만큼은 한 음악 후원자를 추억하는 열기로 훈훈했다.

4일 경남 통영 큰발개 1길 바닷가 언덕에 자리 잡은 통영국제음악당. '2015 통영국제음악제' 막바지에 접어든 이날 오후 5시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재단법인 통영국제음악제 초대 이사장을 지낸 고(故) 박성용(1931~2005) 금호그룹 명예회장을 추모하는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의 실내악 무대였다. 1층 로비에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띤 박 회장의 대형 걸개 사진이 음악회를 즐기러 온 청중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4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실내악 공연. 통영국제음악제 창립자인 고(故)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을 기리는 추모음악회로 열렸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박 회장 대형 걸개 사진 앞에 선 연주자들.
4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실내악 공연. 통영국제음악제 창립자인 고(故)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을 기리는 추모음악회로 열렸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박 회장 대형 걸개 사진 앞에 선 연주자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김재영, 비올라주자 이한나, 첼리스트 이정란·김민지 등 박 회장이 아꼈던 젊은 연주자들이 슈베르트 현악 3중주와 말러 피아노 4중주, 드보르자크 피아노 5중주로 고인(故人)의 삶을 추억했다. 중간에 연주한 말러가 약간 어두운 분위기였지만 드보르자크는 신나고 흥겨운 음악이어서 의외였다.

"회장님은 조용하고 슬픈 음악은 지루하다며 싫어하셨어요. 오히려 밝고 경쾌한 작품을 좋아하셨어요. 연주회 레퍼토리를 고르면서 고심했는데 슬픈 분위기보다는 밝은 음악이 고인을 기억하는 데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 등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손열음은 사흘 뒤인 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 단독 리사이틀을 앞두고도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중요한 러시아 스케줄이지만 생전 박 회장이 음악도들에게 기울였던 관심과 사랑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권혁주는 "2004년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데뷔 공연을 열 때 응원 차 직접 오셔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놀라웠던 분"이라고 추모했다.

통영국제음악제 연주자들 사진

연주회 직후 열린 리셉션에서 플로리안 리임(Riem)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박 회장은 한국의 예술과 음악 발전에 가장 중요한 후원자였고 통영 국제음악제의 창립자였다. 그분을 기념하는 뜻깊은 음악회를 갖게 돼 기쁘다"고 했다. 통영국제음악제 출범 때부터 산파역을 맡았던 윤건호 전 통영국제음악제 이사는 "박 회장은 음악제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좋은 콘서트홀을 만들어야 한다며 방향을 잡았다. 그분이 기초를 잘 닦은 덕에 뛰어난 음향을 갖춘 오케스트라 전용홀을 갖게 됐다"고 했다.

박성용 회장은 예술의전당 이사장(1998~2001), 한국메세나협회 회장(2003~2005)을 맡았고 1996년부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음악 영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에 앞장섰다. 요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거나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젊은 음악인들 대부분은 '금호 음악 영재'출신이다.

지난달 27일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시작한 통영국제음악제는 5일 독일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과 바이올린 거장(巨匠) 기돈 크레머가 협연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연주를 마지막으로 폐막했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이번 주 일본 가나자와(金澤)와 홍콩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