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03 09:52
대학로 연극은 항상 위기다. 최근에는 더 심화됐다. 소극장들이 잇따라 대학로 밖으로 내몰렸다. 국내 첫 민간극장인 삼일로 창고극장마저 폐관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공연예술센터의 2015 정기대관 심의결과에서 탈락해 고향인 대학로를 떠날 뻔했던 '서울연극제' 역시 그 위기의 단면이었다.
서울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와 서울연극제지키기 시민운동본부는 한국공연예술센터와 이 센터의 유인화 대표·김의숙 공연운영부장을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양 측이 합의점을 찾고, 고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여진이 이어졌다.
2일 오전 서울 대학로 좋은공연안내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5 제36회 서울연극제' 기자간담회가 성토의 장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은 "대학로는 연극인들이 발전시켰다. 그런데 소극장들이 존폐위기에 몰렸다"면서 "대학로가 이만큼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보이지 않게 노력한 연극인들의 수고에 대한 대가나 보상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물론 국가 지원 제도가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비전이 아니라 땜질식 지원 제도"라면서 "그것이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연극제 역시 대학로의 여러 축제 중 하나다. 대학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계획과 비전을 발표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극제 하나만으로 대학로가 버틸 수는 없다는 얘기다. "대학로는 구조가 복잡하다. 연극인들, 상가 주인들, 마을 사람들이 뒤섞였다. 이곳이 어떻게 디자인되느냐가 문화의 척도"라고 봤다. 이에 따라 "서울연극제뿐 아니라 향후 10년 동안 대학로를 어떤 모습으로 가꿔나갈지 민간 합동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서울시 연극발전 협의회를 만들어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협의에 대해서는 내년 '제37회 서울연극제'를 위해 이야기를 계속 나누자는 것이 결론이라고 했다. "연극제가 끝나고 나면 합평회를 할 것"이라면서 "거기서 논의된 것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난제는 예산이다. 이번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서울연극제에 2억9000만원을 지원했다. 박 회장은 "이 정도 예산으론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LG아트센터에서 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이번 서울연극제에서는 공식 참가작 7편, 2015 미래야 솟아라 11편, 기획 공연-맨땅에 발바닥 전(展) 3편, 해외 초청공연 1편, 자유참가작 9편 등 약 30편이 선보인다.
남명렬 서울연극협회 부회장은 "서울연극제의 전신이 '대한민국 연극제'였는데 20~30년 전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연극제는 이것밖에 없었다"면서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원의 싹이 튼 뒤 다양한 지원제도가 생겼다"고 알렸다. 그런데 "서울연극제는 여전히 그 때나 비슷한 예산"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명동예술극장이 후원하는) '창작산실 우수작품전'에 선정되면 작품당 약 1억원이 지원된다"면서 "돈으로만,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최저 생계비가 있듯이 공연에도 최저 제작비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 선정작인 '씨름'을 연출한 극단 광장의 문석봉 대표는 "40년 전부터 대학로에서 일했는데 현재 표현과 홍보의 자유가 막혀 있다"면서 "관심도와 주변 환경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젊은 연극인의 자성이 담긴 지적도 있었다. 배우 김호정과 함께 홍보대사로 나선 이석준은 본래 뮤지컬배우로 잘 알려졌으나 연극 '썸걸즈'의 연출을 맡는 등 최근 연극계에서 부각되고 있다. 그는 "요즘들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스마트한 기계들인 것 같다"고 여겼다. 디지털의 발달로 "발품을 팔아 티켓을 사고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포스터를 붙이던 세대다. 이후 포스터를 붙이는 배우들을 못 봤다. 그 말은 스마트한 세상에서 관객들이 공연을 어떻게 보러 올 수 있게 연결 고리를 만드느냐가 화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날이 어둡지 만은 않다. 박 회장은 "사실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LG아트센터 등 좋은 극장의 공연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연출들을 길러낸 것이 대학로다. 서울연극제는 그런 사람들을 계속 길러내는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자부했다.
남 부회장은 "연극은 대중에게 메시지를 주는데 가장 강력한 장르"라면서 "그런 면에서 36년 동안 이어온 서울연극제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이석준은 뮤지컬에서 활동하는 젊은 배우들이 연극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고 귀띔했다. "뮤지컬과 연극이 분리된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뮤지컬 현역 대다수 배우들이 연극을 하고 싶어한다. 연극에 출연하고 싶은 후배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서울연극제는 여전히 대학로의 축제라고 입을 모았다. 박 회장은 "서울연극제는 여러 프로그램, 다양한 섹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연극계에 몸담은 분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잔치와 같다"고 했다. "설날에 떡국을 나눠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 잔치에 연극인들끼리 몸과 마음을 기대며 버텨가고 있다. 앞으로 더 발전적으로 갈 수 있게 기획하겠다."
자유참가작 '도둑 맞은 책'을 선보이는 변정주 연출은 자신의 프로덕션으로 지원했다 수차례 떨어진 뒤 이번에 처음 서울연극제에 참가했다. 그는 "관객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이나 선후배들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구도 크다"면서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떨어지면서도 지원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창작자들에게 의미 있는 축제"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연극제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축제는 4일부터 5월10일까지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공식참가작은 ▲예고부고장 (극단 광장·연출 문석봉) ▲물의 노래 (극단76/죽죽·연출 김국희) ▲씨름(극단 바람풀·연출 박정석) ▲돌아온다 (극단 필통·연출 정범철) ▲만주전선(극단 골목길·연출 박근형) ▲불량청년(극단 고래·연출 이해성) ▲청춘, 간다(명작옥수수밭·연출 최원종) 등이다.
미래야 솟아라 참가 작품들은 대부분 30대의 젊은 연출가들이 참여한다. 비경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맨땅에 발바닥 전' 3편은 만 60세 이상의 연출가들(기국서·김태수·채승훈)이 모여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한 옴니버스 형태로 작품을 공연한다. 이와 함께 탈 무대 프로그램인 '창작공간연극축제', 서울시민이 대상인 '서울시민 연극축제' 등도 마련된다.
행사 기간에 1주기(4월16일)를 맞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무대도 마련된다. 당일 오후 7시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에서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를 선보인다. 창작공간연극축제 집행위원회 등이 주최한다.
지난해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공연예술센터의 2015 정기대관 심의결과에서 탈락해 고향인 대학로를 떠날 뻔했던 '서울연극제' 역시 그 위기의 단면이었다.
서울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와 서울연극제지키기 시민운동본부는 한국공연예술센터와 이 센터의 유인화 대표·김의숙 공연운영부장을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양 측이 합의점을 찾고, 고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여진이 이어졌다.
2일 오전 서울 대학로 좋은공연안내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5 제36회 서울연극제' 기자간담회가 성토의 장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은 "대학로는 연극인들이 발전시켰다. 그런데 소극장들이 존폐위기에 몰렸다"면서 "대학로가 이만큼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보이지 않게 노력한 연극인들의 수고에 대한 대가나 보상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물론 국가 지원 제도가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비전이 아니라 땜질식 지원 제도"라면서 "그것이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연극제 역시 대학로의 여러 축제 중 하나다. 대학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계획과 비전을 발표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극제 하나만으로 대학로가 버틸 수는 없다는 얘기다. "대학로는 구조가 복잡하다. 연극인들, 상가 주인들, 마을 사람들이 뒤섞였다. 이곳이 어떻게 디자인되느냐가 문화의 척도"라고 봤다. 이에 따라 "서울연극제뿐 아니라 향후 10년 동안 대학로를 어떤 모습으로 가꿔나갈지 민간 합동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서울시 연극발전 협의회를 만들어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협의에 대해서는 내년 '제37회 서울연극제'를 위해 이야기를 계속 나누자는 것이 결론이라고 했다. "연극제가 끝나고 나면 합평회를 할 것"이라면서 "거기서 논의된 것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난제는 예산이다. 이번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서울연극제에 2억9000만원을 지원했다. 박 회장은 "이 정도 예산으론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LG아트센터에서 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이번 서울연극제에서는 공식 참가작 7편, 2015 미래야 솟아라 11편, 기획 공연-맨땅에 발바닥 전(展) 3편, 해외 초청공연 1편, 자유참가작 9편 등 약 30편이 선보인다.
남명렬 서울연극협회 부회장은 "서울연극제의 전신이 '대한민국 연극제'였는데 20~30년 전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연극제는 이것밖에 없었다"면서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원의 싹이 튼 뒤 다양한 지원제도가 생겼다"고 알렸다. 그런데 "서울연극제는 여전히 그 때나 비슷한 예산"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명동예술극장이 후원하는) '창작산실 우수작품전'에 선정되면 작품당 약 1억원이 지원된다"면서 "돈으로만,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최저 생계비가 있듯이 공연에도 최저 제작비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 선정작인 '씨름'을 연출한 극단 광장의 문석봉 대표는 "40년 전부터 대학로에서 일했는데 현재 표현과 홍보의 자유가 막혀 있다"면서 "관심도와 주변 환경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젊은 연극인의 자성이 담긴 지적도 있었다. 배우 김호정과 함께 홍보대사로 나선 이석준은 본래 뮤지컬배우로 잘 알려졌으나 연극 '썸걸즈'의 연출을 맡는 등 최근 연극계에서 부각되고 있다. 그는 "요즘들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스마트한 기계들인 것 같다"고 여겼다. 디지털의 발달로 "발품을 팔아 티켓을 사고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포스터를 붙이던 세대다. 이후 포스터를 붙이는 배우들을 못 봤다. 그 말은 스마트한 세상에서 관객들이 공연을 어떻게 보러 올 수 있게 연결 고리를 만드느냐가 화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날이 어둡지 만은 않다. 박 회장은 "사실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LG아트센터 등 좋은 극장의 공연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연출들을 길러낸 것이 대학로다. 서울연극제는 그런 사람들을 계속 길러내는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자부했다.
남 부회장은 "연극은 대중에게 메시지를 주는데 가장 강력한 장르"라면서 "그런 면에서 36년 동안 이어온 서울연극제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이석준은 뮤지컬에서 활동하는 젊은 배우들이 연극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고 귀띔했다. "뮤지컬과 연극이 분리된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뮤지컬 현역 대다수 배우들이 연극을 하고 싶어한다. 연극에 출연하고 싶은 후배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서울연극제는 여전히 대학로의 축제라고 입을 모았다. 박 회장은 "서울연극제는 여러 프로그램, 다양한 섹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연극계에 몸담은 분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잔치와 같다"고 했다. "설날에 떡국을 나눠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 잔치에 연극인들끼리 몸과 마음을 기대며 버텨가고 있다. 앞으로 더 발전적으로 갈 수 있게 기획하겠다."
자유참가작 '도둑 맞은 책'을 선보이는 변정주 연출은 자신의 프로덕션으로 지원했다 수차례 떨어진 뒤 이번에 처음 서울연극제에 참가했다. 그는 "관객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이나 선후배들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구도 크다"면서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떨어지면서도 지원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창작자들에게 의미 있는 축제"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연극제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축제는 4일부터 5월10일까지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공식참가작은 ▲예고부고장 (극단 광장·연출 문석봉) ▲물의 노래 (극단76/죽죽·연출 김국희) ▲씨름(극단 바람풀·연출 박정석) ▲돌아온다 (극단 필통·연출 정범철) ▲만주전선(극단 골목길·연출 박근형) ▲불량청년(극단 고래·연출 이해성) ▲청춘, 간다(명작옥수수밭·연출 최원종) 등이다.
미래야 솟아라 참가 작품들은 대부분 30대의 젊은 연출가들이 참여한다. 비경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맨땅에 발바닥 전' 3편은 만 60세 이상의 연출가들(기국서·김태수·채승훈)이 모여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한 옴니버스 형태로 작품을 공연한다. 이와 함께 탈 무대 프로그램인 '창작공간연극축제', 서울시민이 대상인 '서울시민 연극축제' 등도 마련된다.
행사 기간에 1주기(4월16일)를 맞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무대도 마련된다. 당일 오후 7시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에서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를 선보인다. 창작공간연극축제 집행위원회 등이 주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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