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무대언어로 다시 태어난 '두근두근 내 인생'

  • 뉴시스

입력 : 2015.04.02 09:40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각색·연출 추민주)은 김애란의 원작 소설과 강동원·송혜교 주연의 동명 영화(감독 이재용)의 자장에서 벗어나고자 고민한다.

'무대 언어'를 그 돌파구로 삼았다. 동화적인 콘셉트가 무기다. 무대는 본래 동화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시간·공간이 제약된만큼 비약과 과장이 허용된다. 관객과의 암묵적인 약속으로 비현실적인 설정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1973년생인 오용과 1981년생인 정문성이 선천성 조로증으로 17세에 신체나이 80세의 노인이 되는 '한아름'을 연기해도 수긍이 된다. 17세를 훌쩍 넘겼고, 80세에 한참 못 미치는 두 배우는 연기력으로 설득력을 부여한다. 간질거리는 대사도 잘 소화해 넘긴다.

서숙진 디자이너의 무대가 판타지를 더한다. 특별한 장치는 없다. 흰색의 빈 공간에 기울어진 무대는 무엇이든지 마음껏 그릴 수 있는 스케치북 같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무대 중앙에 덩그러니 놓인 장난감 기차용 레일.

무대 위에서 구현하기 힘든 이메일을 주고 받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다. 아름이가 자신처럼 아프다고 믿고 있는 소녀와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 장난감 기차는 편지 봉투를 싣고 달린다. 소설(문자)과 영화(영상)의 표현력을 대체하고, 넘어서기 위한 장치다.

아름이는 '세상에서 가장 웃긴 자식'이 되고자 한다. 아픈 자신 때문에 항상 슬퍼할 수밖에 없는 젊은 부모 '대수'(이규형·이율)와 '미라'(최정인·곽선영)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다. 막판에 부모에게 선물로 소설을 전달한다. 원작은 소설, 즉 글쓰기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 김애란 작가는 글쓰기의 의미를 아름이를 통해 표현했다. 354쪽 분량의 소설을 100분 안에 담은 연극은 글을 '말'로 치환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분량을 효율적이고 리드미컬하게 전달하기 위해 '랩'을 택했다. 아름이의 또 다른 자아인 래퍼가 그의 마음을 대변하거나 극 전체의 해설자가 된다.

담백하고 무난하지만, 아름이가 세상과 작별하기 전 대수와 대화를 나눌 때 임팩트 없이 늘어지는 부분은 아쉽다. 그래서 종종 눈물을 고이게 하나 큰 감동을 원하는 관객의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한다. 좋은 아이디어임에도 장남감 기차가 기울어진 무대를 박차고 올라갈 때 불안감이 느껴지고 열차 칸이 종종 끊어져 몰입을 방해한다. 5월25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4만~5만원. 공연기획 동감 1644-1702

무대 언어로 새로 태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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