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05 02:07
[빈 국립오페라 전속 베이스 박종민]
벨리니 '청교도' 조르조役 데뷔
뛰어난 연기·힘 있는 저음 호평… 여주인공 엘비라 못지않은 환호
베이스 박종민(29)을 작년 7월 런던 로열오페라 '라 보엠'에서 처음 봤다. 1830년대 파리, 가난한 연인들의 사랑을 다룬 이 오페라에서 철학도 콜리네로 나왔다. 4막 끄트머리에 가서야 아리아 하나 겨우 할당받은 조역이다. 하지만 박종민은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중창을 부르면서도 한 구절 구절, 깊이 있는 저음으로 감정을 충실하게 전달했다. 4막 '외투의 노래'는 '라 보엠'에 이렇게 멋진 아리아가 숨어 있었나 싶을 만큼, 재발견의 순간이었다. 박종민 덕분에 '라 보엠'의 콜리네가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2013년 시즌부터 세계 정상급 빈 국립오페라 전속가수로 활약해온 박종민이 기회를 잡았다. 지난달 28일 이 극장에서 개막한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에서 여주인공 엘비라 삼촌인 조르조를 맡은 것이다. 1640년대 영국 청교도와 왕당파의 투쟁을 배경 삼아 엘비라와 아르투로의 사랑을 다룬 이 오페라에서 조르조는 남녀 주인공과 엘비라 연적(戀敵)인 리카르도와 함께 '청교도 4인조'로 불릴 만큼 중요한 배역이다. '청교도 4인조'의 호흡이 오페라 성패를 결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8일 개막 공연에 나선 '청교도 4인조'는 리카르도 역 베테랑 카를로스 알바레즈(48)를 제외하면 젊은 가수들이었다. 엘비라 역 올가 페레차트코(35)는 작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도 같은 역으로 출연한 러시아 신예 소프라노이고, 아르투로 역 존 테시어도 작년 시즌 빈 국립오페라에 갓 데뷔한 캐나다 출신 테너. 빈 국립오페라가 1994년 존 듀(Dew) 연출로 올린 '청교도'에서는 전성기의 에디타 그루베로바(69)가 엘비라를, 이탈리아 명 베이스 로베르토 스칸디우치가 조르조를 맡았다.
20년이 넘었지만 존 듀의 연출은 여전히 세련됐고, 충격적 이미지로 넘쳤다. 서곡 첫 장면부터 혁명의 피비린내를 진하게 풍겼다. 크롬웰은 찰스 1세의 목을 참수해 들고 나왔고, 거대한 석상들은 머리가 모두 잘린 채 공연 내내 무대 뒤편을 지켰다. '청교도 4인조'는 선율이 아름다우면서도 고난도 기교를 요구하는 벨리니의 벨칸토 오페라에 도전적으로 덤벼들었다. 페레차트코의 엘비라는 그루베로바를 모델로 삼은 듯, 곱고 여린 목소리가 폭발할 때는 확실하게 터졌다. 연인의 배신으로 절망한 엘비라가 광란에 빠지는 2막에서 페레차트코는 변화무쌍하게 돌변하는 감정을 고음을 넘나들며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담아냈다. 1막부터 하이 C를 넘나드는 고음 행진을 이어간 테시어는 3막 4중창에서 테너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하이 F음까지 수월하게 냈다.
박종민은 이날 엘비라를 위로하는 1막 이중창부터 소리를 내지르지 않고, 온 몸으로 감정을 담아내며 표현력을 극대화했다. 2막 초반 비탄에 빠진 엘비라 소식을 전하는 '화관(花冠)을 달아요'(Cinta di fiori)는 베이스의 대표적 명곡. 박종민은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아리아가 끝나자마자 청중들의 박수가 쏟아질 만큼 대성공이었다. 리카르도와의 이중창도 저음 가수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지를 확인해줬다. 커튼콜에선 여주인공 엘비라 못지않은 환호가 박종민에게 쏟아졌다. 빈 관객들이 매긴 성적표였다.
공연 직후 만난 박종민은 "베이스이지만 바리톤 음역으로 불러야 하는 노래가 많아 힘들었다"고 했다. "어젯밤도 제대로 잠 자지 못했는데, 오늘도 틀린 것 같아요. 오늘 공연 녹음한 걸 들어보면서 어디가 부족한지 복습해 봐야지요."
박종민은 4일과 6일, 10일(현지 시각) '청교도'에 계속 나선다. 10일 공연은 빈 국립오페라 홈페이지(www.staatsoperlive.com/ko)에서 실황중계한다.
20년이 넘었지만 존 듀의 연출은 여전히 세련됐고, 충격적 이미지로 넘쳤다. 서곡 첫 장면부터 혁명의 피비린내를 진하게 풍겼다. 크롬웰은 찰스 1세의 목을 참수해 들고 나왔고, 거대한 석상들은 머리가 모두 잘린 채 공연 내내 무대 뒤편을 지켰다. '청교도 4인조'는 선율이 아름다우면서도 고난도 기교를 요구하는 벨리니의 벨칸토 오페라에 도전적으로 덤벼들었다. 페레차트코의 엘비라는 그루베로바를 모델로 삼은 듯, 곱고 여린 목소리가 폭발할 때는 확실하게 터졌다. 연인의 배신으로 절망한 엘비라가 광란에 빠지는 2막에서 페레차트코는 변화무쌍하게 돌변하는 감정을 고음을 넘나들며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담아냈다. 1막부터 하이 C를 넘나드는 고음 행진을 이어간 테시어는 3막 4중창에서 테너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하이 F음까지 수월하게 냈다.
박종민은 이날 엘비라를 위로하는 1막 이중창부터 소리를 내지르지 않고, 온 몸으로 감정을 담아내며 표현력을 극대화했다. 2막 초반 비탄에 빠진 엘비라 소식을 전하는 '화관(花冠)을 달아요'(Cinta di fiori)는 베이스의 대표적 명곡. 박종민은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아리아가 끝나자마자 청중들의 박수가 쏟아질 만큼 대성공이었다. 리카르도와의 이중창도 저음 가수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지를 확인해줬다. 커튼콜에선 여주인공 엘비라 못지않은 환호가 박종민에게 쏟아졌다. 빈 관객들이 매긴 성적표였다.
공연 직후 만난 박종민은 "베이스이지만 바리톤 음역으로 불러야 하는 노래가 많아 힘들었다"고 했다. "어젯밤도 제대로 잠 자지 못했는데, 오늘도 틀린 것 같아요. 오늘 공연 녹음한 걸 들어보면서 어디가 부족한지 복습해 봐야지요."
박종민은 4일과 6일, 10일(현지 시각) '청교도'에 계속 나선다. 10일 공연은 빈 국립오페라 홈페이지(www.staatsoperlive.com/ko)에서 실황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