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그와 그녀가 속삭일 슈베르트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5.02.25 01:06

女帝 정경화가 주목한 김수연,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콘서트

설 연휴,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28)과 피아니스트 임동혁(31)이 도이치 그라마폰에서 낸 새 음반 '슈베르트 포 투'를 들으며 보냈다. 슈베르트 론도의 화려한 선율도 흥겨웠지만,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가 더욱 정겹게 들렸다. 가족을 맞으려고 집 안 청소를 할 때도, 처가 나들이 자동차 안에서도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받듯 연주하는 이 곡이 귀에 꽂힌 것은 따뜻한 감성의 교류가 도드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24일 만난 김수연은 "슈베르트는 가곡(歌曲)이 많이 알려져 있잖아요? 선율이 아름다운 슈베르트 가곡의 느낌이 많이 살아있는 작품이에요"라고 했다. 김수연은 임동혁과는 처음 호흡을 맞춘다. "동혁 오빠와 슈베르트를 하면 좋을 것 같아 제안했는데 흔쾌히 OK해서 기뻤어요." 임동혁은 클래식 연주회에 드물게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는 스타 피아니스트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은 “열일곱 살 때 스위스 호반 도시에서 음악에 빠져 지낸 행복한 기억이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살아가는 데 중요한 힘이 된다”고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은 “열일곱 살 때 스위스 호반 도시에서 음악에 빠져 지낸 행복한 기억이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살아가는 데 중요한 힘이 된다”고 했다. /이명원 기자

김수연은 바이올린 여제(女帝) 정경화가 일찌감치 차세대 거장으로 꼽은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독일 뮌스터에서 유학생 부모 아래 태어난 김수연은 열아홉이던 2006년 하노버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09년 유니버설뮤직과 전속 계약을 맺고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와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파르티타 음반을 냈고, 이번 슈베르트 음반이 세 번째다.

김수연은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80)가 이끄는 스위스 국제 음악아카데미에 2004년 창설 때부터 참가해왔다. 스위스 레만 호수 연안의 소도시 롤(Rolle)에서 매년 초여름 열리는 이 아카데미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최근 국내에 번역된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비채)에서 '말 그대로 음악에 흠뻑 젖어 지내는 나날'이라고 소개했던 그 모임이다. "창문으로 저녁놀이 비치는 풍경 아래 차이콥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연주했어요. '바이올린을 해서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순간이 중요하거든요. 힘든 일이 있거나, 내가 왜 바이올린을 하게 됐는지 잊어버릴 때, 그 기억을 떠올리며 버텨나갈 수 있으니까요."

김수연이 본 오자와 세이지는 "선 자리에서 통통 튀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만큼 표현력이 매우 뛰어나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탁월한 지휘자"다.

김수연이 이번 귀국 리사이틀에서 쓰는 1702년산(産)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니폰 음악 재단' 후원으로 3주 전에 바꾼 악기다. "작년 슈베르트 음반 녹음 때 썼던 악기보다 훨씬 힘 있고 정돈된 소리를 냅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처음 연주하기 때문에 어떤 소리를 낼지 저도 기대됩니다."


▷김수연·임동혁 듀오 콘서트, 27일 노원문화예술회관, 28일 예술의전당,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