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인문학] 神 대신할 石像 만든 건? 결국 인간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5.02.24 00:14

[3] '노트르담 드 파리'와 가고일 석상의 비밀

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기둥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가고일 석상.
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기둥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가고일 석상.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성당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빅토르 위고 원작, 질 마으 연출) 서두에 나오는 노래 '대성당들의 시대'다.

무대 위 기둥에선 괴물 형상의 석상(石像)들이 솟구쳐 나온다. 주인공 콰지모도를 연상시키는 이 흉측한 조각은 '가고일(Gargoyle) 석상'이다. '가고일'은 '목'이란 단어에서 유래됐다. 낙숫물받이 돌의 머리 장식으로, 지붕에 고인 빗물이 등에 파인 물길과 목을 지나 입을 통해 밖으로 나가게 된다. 이 석상이 장엄한 조각처럼 묘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고딕 양식의 성당이 '신(神)의 권위'와 '인간의 욕망'이라는 중의적(重義的)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암시다. 대성당은 신의 권능을 빙자해 주변의 집시와 방랑자들을 억압하는 권력의 원천이다. 반면 앞서 언급한 노래처럼 인간의 손으로 이룩된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수단이자 잠재된 세속적 욕망의 표현이기도 했다.

2막의 첫 노래는 그런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설파한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중세 말기인 1482년이다. 구텐베르크가 인쇄한 성경이 대량 유포되고 포르투갈 배들이 새 항로를 찾아 나선 때였다. 지식 독점이 깨지고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작은 것(책)이 큰 것(성당)을 파괴하고 다수(대중)가 소수(특권층)를 극복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그 상징물이 성당 건축물의 일부인 가고일 석상이다. 이교(異敎)의 신을 모델로 한 이 석상은 사람들에게 '믿음이 없으면 이들에게 고통을 받을 것'이란 공포를 심어줬지만, 그런 권위가 끝내 짓누를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욕망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내한 공연,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41-6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