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트렌치코트 차려입은 '잔혹동화'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5.02.09 01:01

마당을 나온 암탉

동물 탈을 쓴 배우들이 나오나 싶었는데, 뜻밖에도 다들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다. 무대에서 한바탕 몸을 풀고 코트를 벗은 뒤 격렬한 몸짓을 통해 동물 연기를 한다. 걸음걸이와 날갯짓만으로 금세 누가 닭이고 오리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마당을 나온 암탉'(연출 송인현)은 150만부가 팔린 황선미의 베스트셀러 동화책(2000년)을 무대에 올린 창작 뮤지컬이다. 연극(2002년)과 극장용 애니메이션(2011년)에 이은 '원 소스 멀티 유즈(한 가지 콘텐츠로 여러 사업을 벌이는 것)'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폐계(廢鷄) 신세가 된 양계장 닭 '잎싹'은 알을 품어 새끼를 낳고 싶다는 소망을 지니고 있다. 잎싹은 꿈을 찾아 나서면서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한다.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중 주인공 암탉이 양계장 철창에 갇힌 상황을 표현한 장면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중 주인공 암탉이 양계장 철창에 갇힌 상황을 표현한 장면.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은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극 콘셉트(concept)를 위해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배우들은 단순한 율동에서 시작해 마임과 현대무용풍의 고난도 안무까지 소화했다. 넘버(삽입곡)에는 동요와 서정적인 발라드가 섞여 있었다. 주인공은 노래를 통해 꿈과 회한, 모성애와 성장을 함께 표현했다.

그러나 극 중반 잎싹의 아들이 성장한 이후부터 노래·몸짓·조명에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쉽게 지루해졌다. '아마 여기서 또 족제비가 나오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어김없이 족제비가 등장했다. 어린이 관객이 보기엔 지나치게 암울한 분위기가 계속됐고, 희망을 표현해야 할 결말의 정서는 오히려 잔혹극에 가까웠다. 공연 시간이 '어른 공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밤 9시 넘어서부턴 엄마 팔에 기대고 조는 어린이도 눈에 띄었다. 결코 쉽지 않다, 뮤지컬로도 가족극으로도.


▷3월 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시간 90분, 만 6세 이상 관람가, (02)762-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