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컬렉션' 없는 現代, 색다른 예술실험

  • 김미리 기자

입력 : 2015.02.03 03:00 | 수정 : 2015.02.03 07:47

온라인플랫폼 '아트 유니온' 열어… 전 세계 미술학도 지원 나서

"현대式 통 큰 지원" 긍정적 평가
"중구난방식 지원은 자제" 지적도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미술학도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2일 "3월 국내외 주요 미술대학을 통합한 온라인 플랫폼 '아트 유니온'(ART-UNI-ON)을 열 계획"이라며 "여기에 세계적인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들이 멘토로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5월부터 해외 모 유명 방송사와 국제적인 지명도가 있는 주요 작가 25명을 선정해 각 작가를 조명하는 '아트 프로그램'을 1인당 한 편씩 만든 뒤 세계 곳곳에 방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상반기 중 미국 주요 미술관 한 곳과 후원 계약도 맺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계적 명성의 영국 테이트 모던미술관 '터바인 홀(Turbine Hall)' 프로젝트 11년 장기 후원과 국립현대미술관 10년 후원(매년 12억원씩)을 계기로 대규모 예술 후원을 시작한 현대차가 연초부터 새 문화 지원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예술 후원 관련 예산을 70% 증액할 계획이다.

①현대자동차의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터바인 홀 프로젝트인 '현대 커미션' 첫 작가로 선정된 멕시코 개념미술가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와 그의 대표 설치 작품. ②현대자동차 '브릴리언트 메모리즈'전에 출품한 김종구의 작품. 폐차 직전의 '포터'트럭 일부를 갈아 얻은 쇳가루로 바닥에 산수를 그렸다. ③아티스트칸의 '미스터 택시'. 30년간 택시 기사로 일한 김영귀씨의 그랜저 XG 택시 뒷좌석을 소파로 만들었다.
①현대자동차의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터바인 홀 프로젝트인 '현대 커미션' 첫 작가로 선정된 멕시코 개념미술가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와 그의 대표 설치 작품. ②현대자동차 '브릴리언트 메모리즈'전에 출품한 김종구의 작품. 폐차 직전의 '포터'트럭 일부를 갈아 얻은 쇳가루로 바닥에 산수를 그렸다. ③아티스트칸의 '미스터 택시'. 30년간 택시 기사로 일한 김영귀씨의 그랜저 XG 택시 뒷좌석을 소파로 만들었다.
올 첫 프로젝트는 지난 28일부터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 1관에서 시작한 '브릴리언트 메모리즈'(2월 17일까지). 김종구·박선기·이용백·양수인·이광호·에브리웨어 등 작가 14개 팀이 자동차에 얽힌 사연을 담아 폐기된 자동차를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테이트 모던미술관의 터바인 홀 '현대 커미션' 첫 작가로 멕시코 작가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47)가 선정됐다.

후발 주자의 반란

현대차의 전방위적인 문화 지원에 미술계는 일단 고무적인 분위기다. 국립현대미술관 최은주 학예실장은 "몇 해 전만 해도 문화 사업을 얘기할 때 현대는 아예 제쳐놓을 정도로 기업 규모에 비해 비문화적이란 인상이 짙었다"며 "삼성, LG 등 경쟁 기업에 비해 한참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최근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아트 마케팅 분위기가 한풀 꺾인 가운데 현대차의 예술 지원이 눈에 띈다"고 했다.

현대차의 문화 마케팅은 창업주나 오너의 예술적 관심사에 따라 이뤄지던 일반적인 대기업의 예술 지원과 사뭇 다른 형태를 띤다. 현대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예술에 큰 관심이 없어 소장한 작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아트디렉터 이대형씨는 "미술관을 짓는 것 대신 외부 미술관 후원이나 작가 지원 방식으로 예술 생태계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두기로 했다"고 했다.

이순종 서울대 미술대학 학장은 "대개 기업이 자체 소장 예술품을 가지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문화재단이나 미술관을 통해 자체 기획을 하는 반면 최근 현대차는 '예술가' 자체의 지원에 의미를 두는 것 같다"며 "문화의 저변 확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어 긍정적이다"고 했다.

정교한 전략 필요

현대식 '통 큰 지원'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다. 모 미술계 인사는 "현대차가 미술 지원 경험이 적고 마케팅적인 접근을 하다 보니 가끔 필요 이상의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혜를 입는 작가는 좋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현대 스타일'로 양적으로 투입해 중구난방으로 예술 지원을 하는 건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차의 예술 실험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면서도 "스포츠 마케팅과 달리 예술 마케팅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고급 예술인 만큼 실행적 측면에서 좀 더 세련되고 정교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