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악기도 이토록 섬세할 수 있습니다"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5.01.15 00:29

[베를린·빈필 금관 5중주단]

"뚜렷한 소리 내기 때문에 악기 간의 하모니 중요해"
15일 성남·16일 서울 공연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금관악기 소리는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 말러와 브루크너 교향곡 같은 대편성 교향곡이 유행하는 요즘, 트럼펫이나 트롬본, 호른, 튜바 같은 금관악기의 역할은 더 빛난다. 하지만 국내 교향악단에서 금관 주자는 현(絃)이나 목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다. 서울시향의 트럼펫, 트롬본 수석은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수석이 겸하고 있고, 호른 수석은 몇 년째 공석이다.

15일 시작하는 2015 서울국제음악제 개막 연주에 초청된 빈-베를린 금관 5중주단은 금관의 화려한 질주에 갈증을 느끼는 국내 애호가들을 만족시킬 만한 세계 정상급 앙상블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트럼펫 수석 가보 타쾨비(46)가 이끄는 5중주단은 베를린 필과 빈 필의 금관 주자들로 이뤄졌다. 빈에서 헬싱키를 거쳐 14일 오전 서울에 도착한 빈 베를린 금관 5중주단을 만났다.

세계 최고의 금관 사운드를 자랑하는 빈-베를린 금관 5중주단.
세계 최고의 금관 사운드를 자랑하는 빈-베를린 금관 5중주단. 앞에서부터 빈 필의 트롬본 수석 디트마 쿠블뵉, 호른 주자 토마스 욉스틀, 베를린 필의 튜바 주자 알렉산더폰 푸트캄머, 트럼펫 수석 가보 타쾨비, 트럼펫 부수석 기욤 젤. /오종찬 기자
"2009년 일본의 공연기획사가 연락해왔어요. 베를린 필과 빈 필 금관 주자로 5중주단을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요. 이듬해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창단 연주를 가졌고, 2011년 일본에 순회 연주를 갔습니다."

타쾨비를 비롯, 베를린 필의 기욤 젤 트럼펫 부수석과 알렉산더 폰 푸트캄머 튜바 주자, 빈 필의 디트마 쿠블뵉 트롬본 수석, 토마스 욉스틀 호른 주자로 이뤄진 5중주단은 연 15회 정도 콘서트를 열고 있다. 팡파르나 장중한 소리를 주로 내는 금관 5중주단의 매력은 뭘까. 타쾨비는 "금관 5중주단은 현악 4중주단처럼 섬세하고 정제된 하모니가 중요하다"고 했다. "트럼펫은 바이올린, 트롬본과 호른은 첼로, 튜바는 콘트라베이스와 비슷한 역할입니다."

디트마 쿠블뵉 트롬본 수석은 "금관 악기는 하나하나가 뚜렷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악기끼리 어울리도록 호흡을 맞추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고 했다. 기욤 젤 베를린 필 트럼펫 부수석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현악 4중주단처럼 연 100~200회씩 연주를 다니지는 않기 때문에 다행히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호른은 국내 금관 분야에서도 특히 취약한 분야. 토마스 욉스틀은 "베를린 필하모닉도 호른 수석을 찾지 못해 3~4년째 공석"이라고 했다. 스물여섯 살에 빈 필하모닉 호른 주자가 된 욉스틀은 "유럽에선 보통 영구치가 나는 여덟 살 이후에 호른을 시작하지만, 요즘은 더 일찍 시작하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몇 살 때 시작하느냐보다, 얼마나 제대로 연주법을 배우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빈-베를린 금관5중주단 내한 공연 프로그램은 바흐에서 피아졸라까지 다채롭다. 호른 주자인 이석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이 5중주단과 장 밥티스트 아반의 '베니스의 사육제와 변주곡'을 협연한다. 짧게는 3분짜리 피아졸라 '리베르탱고'에서, 제일 긴 게 15분짜리 빅토르 에발트의 '금관악기 성가를 위한 교향곡' 1번이다. 연주 시간만 1시간을 훌쩍 넘기는 말러나 브루크너 교향곡보다 쉬울 법하다. "아닙니다. 교향곡이야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많잖아요. 5중주는 밀도 있게 다섯명이 계속 연주해야 하니, 15분 정도가 가장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일반 청중에겐 다소 낯설 금관 5중주를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연주 후에 박수만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냥 즐기세요." 다섯 명이 약속한 듯, 입을 모았다.


▷빈-베를린 금관 5중주단 콘서트, 15일 성남아트센터, 16일 예술의전당, (02)522-4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