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서 벗어난 미술 시장… 아시아 젊은 컬렉터 성장 덕분"

  • 김미리 기자

입력 : 2015.01.13 00:23

아트바젤 스피글러 이사, 우이 아시아 담당 이사 訪韓

"젊은 세대 미술 컬렉터들은 할아버지 세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예술품을 수집합니다. 과거엔 지역에 따라 예술을 접하는 양과 질이 달랐지만, 지금 세대는 자유롭게 다른 나라의 제 또래 젊은 미술 컬렉터와 교류합니다. 아시아든, 아프리카든, 유럽이든 같은 정보를 접하지요. 컬렉터의 수준이 평준화되는 겁니다."

12일 서울을 찾은 마크 스피글러 아트 바젤 이사는 "리먼 사태 이후 장기 불황을 겪었던 미술 시장이 최근 다시 살아난 결정적 요인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젊은 컬렉터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트 바젤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아트 페어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아트 바젤 홍콩도 운영하고 있다. 스피글러는 이 세 곳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그는 '아트 바젤 홍콩' 총책임자로 최근 새로 부임한 아델린 우이 아트 바젤 아시아 이사와 함께 방한했다.

“어, 미국 마이애미네요!” 마침 벽에 걸린 사진 배경이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라며 반가워하는 마크 스피글러(왼쪽) 아트 바젤 이사와 아델린 우이 아트 바젤 아시아 이사
“어, 미국 마이애미네요!” 마침 벽에 걸린 사진 배경이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라며 반가워하는 마크 스피글러(왼쪽) 아트 바젤 이사와 아델린 우이 아트 바젤 아시아 이사. /이태경 기자

스피글러 이사는 특히 중국 젊은 컬렉터의 성장이 무섭다고 했다. "몇 해 전만 해도 상하이, 베이징이 다였는데 요즘은 청두, 난징, 항저우, 시안 같은 데서도 온다. 유럽 화상(畵商)들이 그림 팔면서 생전 몰랐던 도시를 공부하게 된다고 한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우이 이사는 "인도네시아에선 젊은 컬렉터들이 '인도아트나우(indoartnow.com)'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비영리로 자국 예술을 알리는 등 최근 아시아의 젊은 컬렉터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 젊은 컬렉터들은 안목은 매우 높은데 사회적으로 공유하기보다는 비판받을까 봐 조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아트 바젤은 회화 위주의 갤러리 부스뿐만 아니라 대형 설치전 등 부속 전시를 확대하고 있다. 바젤의 '언리미티드', 홍콩의 '인카운터', 마이애미 비치의 '퍼블릭' 같은 섹션들이다. 아트 바젤이 미술 전람회인 비엔날레를 닮아간다는 평도 나온다.

"모든 사람이 내게 물어요. 아트 바젤이 어떻게 변해갈지. 그들에게 말합니다. 그 답은 현재 예술가들의 작업실에 가보면 안다고." 그렇다면 아트 바젤이 현 시점에서 예술가들의 작업실에서 포착해낸 경향은 뭘까. "디지털 세대인 젊은 작가들은 여럿이서 협업하고, 단일 작품이 아닌 집합물을 만들어 냅니다. 올해는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갤러리들의 참여를 확대할 생각입니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아트 바젤 홍콩은 '아트 바젤'이란 브랜드를 달면서 아시아 최대 아트 페어가 됐다. 서구 화랑이 아시아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스피글러 이사는 "서구 컬렉터가 아트 바젤 홍콩에 와서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같은 아시아 지역 페어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아시아 미술 시장을 죽이는 게 아니라,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