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09 01:00
류의 노래
잘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의 '4D 실사판'을 보고 나온 느낌이다. 좁은 소극장 무대에 배우 15명이 쏟아져 나와 90분 동안 쉴 새 없이 대사와 연기를 난무(亂舞)하듯 이어가는 연극 '류의 노래'(고비야마 요이치·小檜山洋一 작, 조승희 연출·사진)는 떠들썩하고 초현실적이면서도 문명 비판적 주제와 신화적 분위기가 살아 있는 SF극(劇)이다.
미래의 어느 거대 도시,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지하 쓰레기장에 그들만의 '성(城)'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230살 먹은 시각 장애인 료쿠사이는 우물 밑에 살면서 별의 씨앗을 숨기고 있다. 보건소장 미쓰나리는 쓰레기 성을 철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료쿠사이를 납치한다. 쓰레기 성 사람들은 보건소에 잠입해 료쿠사이를 구출하려 하는데….
다른 많은 SF물처럼 이 연극도 '전체주의적 국가 권력'과 '낙오된 사람들의 연대'라는 이분법으로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묘사한다. 하지만 무대 위쪽에 뚫린 구멍으로 쓰레기가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보건소 직원들이 내뿜는 독가스(사실은 그냥 수증기)가 객석을 뒤덮는 기상천외한 연출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한다. 전자오락 음향 같은 배경 음악이나 엘리베이터 앞 쇠창살을 잡자 전류가 흐르는 식의 만화적인 표현도 재미있다.
배우들은 "컴퓨터 게임이 아이들의 혼을 빼앗는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과학은 세상에 가득 찬 신비의 영역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대사를 쏟아낸다. 결국 문명과 압제(壓制)는 동전의 양면임이 드러나고, 밑바닥 인생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과 희망은 장기 지속이 가능한 가치로 승화한다.
재일교포 연출가 김수진이 이끄는 신주쿠양산박이 1993년 일본서 초연한 이 작품은 2006년 부산에서 공연됐으나 서울 공연은 처음이다. 부산의 극단 가마골 배우들이 무대에 섰고, 연희단거리패 대표인 김소희가 화술 지도를 맡았다.
▷18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02) 763-1268
배우들은 "컴퓨터 게임이 아이들의 혼을 빼앗는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과학은 세상에 가득 찬 신비의 영역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대사를 쏟아낸다. 결국 문명과 압제(壓制)는 동전의 양면임이 드러나고, 밑바닥 인생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과 희망은 장기 지속이 가능한 가치로 승화한다.
재일교포 연출가 김수진이 이끄는 신주쿠양산박이 1993년 일본서 초연한 이 작품은 2006년 부산에서 공연됐으나 서울 공연은 처음이다. 부산의 극단 가마골 배우들이 무대에 섰고, 연희단거리패 대표인 김소희가 화술 지도를 맡았다.
▷18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02) 763-1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