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빚어내는 몸짓… 악보 위 춤판은 계속된다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5.01.05 00:23

[2015 국내 발레계 주요 작품]
국립발레단, 교향곡 7번·지젤… UBC, 멀티플리시티·라 바야데르

때론 힘차고 때론 느슨한 몸짓으로 음악을 시각화(視覺化)한다. 올해 발레는 고전과 현대를 잇는 작품들로 다채롭게 출렁인다. 국내 발레계의 투 톱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선보일 주요 발레 작품의 감상 초점을 뽑아봤다.

음표가 돼 몸 놀리는 무용수들

스페인의 발레 안무가 나초 두아토는 바흐 음악에 젊은 날의 카리스마와 만년의 공허감을 두루 녹여낸 바흐 예찬 발레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막이 오르면 바흐로 분한 무용수가 지휘하는 가운데 오케스트라 대형으로 둘러앉은 나머지 무용수들이 몸으로 음악을 빚어낸다. 지난해 4월 처음 국내 무대에 올린 UBC가 오는 3월 19~22일 LG아트센터에서 다시 선보인다.

줄거리가 따로 없는 ‘교향곡 7번’은 오직 몸으로 그 음률의 희로애락을 속속들이 드러내야 한다
줄거리가 따로 없는 ‘교향곡 7번’은 오직 몸으로 그 음률의 희로애락을 속속들이 드러내야 한다. /국립발레단 제공
우베 숄츠가 안무한 '교향곡 7번'은 베토벤 음악 특유의 스케일과 정밀함이 요소마다 교차하는 작품이다. 몸의 굴곡을 여실히 드러낸 남녀 무용수 12쌍이 한 폭의 거대한 악보 위에서 음표로 분해 오직 춤으로만 베토벤의 음악을 그려낸다. 지난해 10월 국내 초연해 호평받았던 국립발레단이 완성도를 높여 오는 5월 29~31일 국립극장에서 다시 올린다.

격돌하는 지젤

꽃피는 봄이 오면 발레계는 비극으로 물든다. 두 발레단이 나란히 내놓는 '지젤'이 그 주인공이다. 포문을 여는 쪽은 국립발레단이다. 3월 25~29일 예술의전당에서 파트리스 바르가 안무한 버전으로 섬세한 춤, 드라마틱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지젤'은 시골 처녀 지젤이 약혼녀가 있는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면서 비극으로 치닫는 발레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사랑과 복수, 용서가 뒤얽히는 ‘블록버스터 발레’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사랑과 복수, 용서가 뒤얽히는 ‘블록버스터 발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UBC가 6월 15~18일 예술의전당에서 세계 초연할 '그램 머피의 지젤'은 질감이 다르다. 무녀의 딸 지젤이 산나물을 캐러 갔다가 시공을 초월한 세계에서 온 알브레히트를 만나 비극에 빠진다.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를 영국 왕세자 찰스와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 숨겨진 연인 카밀라의 삼각관계로 비틀어버린 적 있는 호주의 안무가 그램 머피가 각색해 전혀 다른 컨템퍼러리 발레로 재탄생시킨다.

군무의 위력

발레 관객이라면 오는 10월 이 장면을 놓칠 수 없다. UBC가 5년 만에 무대에 올리는 '라 바야데르(인도의 무희)' 중 3막 '망령들의 왕국'이다. 클래식 발레 가운데 가장 많은 32명의 발레리나가 푸른 조명 아래에서 새하얀 망령이 되어 군무(群舞)를 펼친다. 100~150명에 이르는 출연진, 400여벌의 의상, 실물 크기 코끼리 모형이 등장해 '블록버스터 발레'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