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정형민·단색화… 미술계 달군 3대 키워드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4.12.30 00:37

단색화가 하종현의 ‘접합 78-7’. 지난 17일 열린 134회 서울옥션 경매에서 2억2585만원에 팔렸다
단색화가 하종현의 ‘접합 78-7’. 지난 17일 열린 134회 서울옥션 경매에서 2억2585만원에 팔렸다. /서울옥션 제공

올해 미술계는 밖으로는 영광스러운 한 해였지만 안으로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슈도 부정적 뉴스가 차지했다. 1위는 '광주비엔날레 홍성담 사태'. 응답자 34명 중 22명이 꼽았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이 전시되지 못하며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가 사퇴하는 파행이 벌어졌다. "관료 주도형 비엔날레 운영이 파생시킨 정치적 사건"(미술평론가 최열), "한국 사회에 있어 '정치 미술'이 갖는 한계를 보여줬다"(김노암 문화역서울284 예술감독)는 평이다.

'올해의 이슈' 2위는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 직위 해제'가 꼽혔다. 정 관장은 자신의 제자와 전 부하직원을 학예연구사로 부당 채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지난 10월 직위 해제됐다.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한 이래 관장이 개인 비리로 직위 해제되고 검찰 수사까지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3위는 국내외에서 불었던 '단색화 열풍'이 차지했다. 단색화는 이미지를 그리는 대신 단일한 색조로 작업을 반복해 평면을 표현하는 추상 기법으로 1970년대 한국 회화의 큰 줄기를 이뤘다. 박서보·윤형근·정상화·하종현 등 1세대 단색화 작가의 작품이 올해 해외 유수의 아트페어와 경매 시장에 소개되며 '노장의 귀환'을 이끌었다. 침체된 미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과거의 작업을 재조명한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열씨는 "지난 15년 동안 극사실화가 미술 시장을 풍성하게 해줬다가 약효가 떨어지면서 그 반작용으로 단색화 재조명이 일어났다"며 "'올드패션'을 '신상'으로 포장한 것이다. 학술적·비평적 연구가 수반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고 했다.

4위는 '부산비엔날레 파행'.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양대 비엔날레로 꼽히던 부산비엔날레는 전시 감독 선정 등을 놓고 잡음이 계속됐다. 그 밖에 '베네치아 건축비엔날레 한국관 황금사자상 수상', '커먼센터, 시청각, 반지하 등 새로운 미술공간의 등장과 약진' 등도 이슈로 꼽혔다. 함영준 커먼센터 디렉터는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고 새 시대의 미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88만원 세대 작가들의 자생적 미술운동이 시작된 원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