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발레 '호두까기 인형', 뭐가 더 고소할까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4.12.18 00:56

[3大 발레단 비교해보니]

국립발레단 - 인형 대신 어린이 무용수
유니버설발레단 - 원작에 가장 가까워
서울발레시어터 - 전통춤 넣어 차별화

#크리스마스이브. 오늘은 파티가 열리는 날. 아이들은 트리 주위를 돌며 흥겹게 춤춘다. 가면을 쓰고 등장한 대부(代父) 드로셀마이어는 아이들에게 지팡이를 세우는 마술과 태엽 인형들의 춤을 보여주고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준다. 생명을 얻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호두까기 인형! 멋진 왕자로 변신한 인형은 소녀를 데리고 크리스마스 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그 길에서 소녀와 왕자는 마법 눈송이들을 만나 함께 춤추고, 배 타고 해저나라를 지나고, 마침내 큰 별 하나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에 다다른다.

스테디셀러 발레 '호두까기 인형', 뭐가 더 고소할까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호두까기 인형’에서 소녀와 왕자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
발레‘호두까기 인형’에서 소녀와 왕자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맘때면 전 세계 발레단들은 "호두를 깐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일제히 막을 올린다는 얘기다. 국립발레단(단장 강수진)과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 등 국내 3대 발레단 역시 '호두까기 인형'으로 올해 마지막 무대를 채운다.

발레 '호두…'는 1892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발레 음악의 대가 차이콥스키가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을 토대로 손잡고 만들어 초연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흰색 꽃가루, 그 속에서 튀튀(여성 발레 의상)를 입고 물결처럼 번지는 무용수들의 군무(群舞) 등 꿈같은 요소가 많아 가족 관객이 특히 좋아한다. 2막에서 펼쳐지는 세계 각국의 춤과 높이 솟아야 하는 할리퀸의 점프, 빙그르르 도는 콜롬비나의 회전, 여자 악마와 남자 악마의 격렬한 몸짓 등 솔리스트 무용수들이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하게 소화해야 하는 춤 또한 볼거리다.

볼쇼이발레단 버전의 국립발레단은 호두까기 인형으로 딱딱한 나무 소품 대신 실제 어린이 무용수를 출연시킨다. 어린이 무용수는 공연 내내 양 무릎과 발이 각각 바깥으로 향하게 한 상태에서 무릎을 완전히 구부린 까다로운 자세(그랑 플리에)로 극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가 음악 반주를 실제로 한다는 것도 특징.

3大 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마린스키발레단의 정통 안무를 이어받아 원작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유니버설발레단은 1막에서 드로셀마이어 역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실제 마술을 보여줘 어린이 관객이 환호한다.

서울발레시어터는 2막의 각 나라 민속 무용에 상모돌리기와 장구 등 한국의 전통춤을 가미해 다른 발레단과 차이를 둔다. 안무가 제임스 전이 드로셀마이어 역으로 직접 무대에 오르고, 조선시대 왕비 차림을 한 '마더 진저'가 등장하는 것도 색다르다.


['호두' 알차게 까보자]

■출연자 중 가장 어린 무용수는?

"호두까기 인형으로 나오는 10~11세예요. 발레단 부설 아카데미 학생 가운데 해마다 오디션으로 공개 선발해요." (국립발레단)

■종이 눈은 무엇으로 만드나요?


"불에 타지 않게 특수 처리한 종이(2㎝×2㎝)를 써요. A4 용지 한 박스, 큰 비닐봉지 2장 분량이죠. 가격은 50만원 정도. 1막이 끝나자마자 밀대로 쓸어담아서 재사용해요. 다음 해에는 새 눈가루를 씁니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은 몇 번 변신할까요?


"드로셀마이어에게 처음 선물 받을 땐 작은 인형이었다가 소녀의 꿈속에선 마법으로 커져서 쥐왕과 싸우는 호두병정이 돼요. 그 후 위험에 처한 호두병정을 소녀가 쥐왕에게서 구해주고 난 뒤엔 모자와 마스크를 벗고 멋진 왕자님으로 변하죠!" (국립발레단)

■키 큰 '마더 진저'는 어떻게 만드나요?


"1.8m 높이 철골 구조물에 치마 모형 바퀴를 단 뒤 무용수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요.
2층으로 된 철골 구조물 1층에는 봉봉 역의 꼬마 발레리나 10명이 들어가 있죠. 나중에 이 봉봉들이 소고춤을 춘답니다." (서울발레시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