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현실풍자… 마당놀이, 화려하게 부활하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12.12 02:24

[4년만의 마당놀이 공연, 국립극장 '심청이 온다']

"청아, 땅콩 접시에 담았니?" 재담·익살 가득한 2시간
무대 위 삼면에 객석 설치해 관객과 함께하는 전통 살려

국립창극단 배우들인 심봉사 역의 김학용(오른쪽)과 뺑덕어멈 역의 서정금.
국립창극단 배우들인 심봉사 역의 김학용(오른쪽)과 뺑덕어멈 역의 서정금. /국립극장 제공
"청아~! 땅콩은 접시에 담아 왔느냐?"

인당수로 떠나기 전 심청이 차린 밥상을 받은 심봉사의 재치 있는 대사에 객석이 뒤집혔다. 10일 개막한 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는 '마당놀이'라는 한국 특유의 공연 장르가 4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노래와 춤, 연기와 연주가 하나로 어우러져 코앞에서 흥겹게 펼쳐지는 공연에 장유(長幼)가 뒤섞인 객석은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연말 가족 공연 시장을 장악할 기미도 보인다.

익살과 해학의 잔치판

"두 시간이 어떻게 그렇게 후딱 지나갔는지 모르겠더라고!" 공연이 끝나자 한 20대 여성이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로 동행한 친구들에게 말했다. 사물놀이패를 앞세운 배우 수십명이 등장하며 시작한 '심청이 온다'는 첫 장면부터 신명나는 국악기 연주와 창(唱)으로 관객의 혼을 빼놓았다.

장면은 순식간에 휙휙 바뀌었다. 배우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돌다가 빠르게 퇴장하는가 싶더니 심봉사와 뺑덕어멈이 재담을 늘어놓고, 선녀로 분장한 심청이 갑자기 공중에서 줄을 타고 등장하는 식이었다.

'이것이 바로 해학(諧謔)이다'라고 말하려는 듯, 배우들의 재담과 익살은 관객을 쉴 틈 없이 웃게 했다. 뺑덕어멈 역의 서정금은 "심청이 역은 나 아니면 앙-대요(안 돼요)"라며 교태를 부리고, 심봉사 역의 김학용은 교양 없다는 타박에 "뭐 내가 어떤 양반처럼 벌건 대낮 골프장에서 꾹꾹 찔러본 것도 아니고"라며 받아친다. '소녀가장 알바생'심청 역의 민은경은 어이없다며 "캐안습(보기에 딱하다는 말), 개짜증, 대-박!"이라고 외친다.

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마당놀이‘심청이 온다’의 마지막 장면. 마당놀이 전통에 따라 관객들이 무대로 나와 배우들과 함께 춤을 췄다.
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마당놀이‘심청이 온다’의 마지막 장면. 마당놀이 전통에 따라 관객들이 무대로 나와 배우들과 함께 춤을 췄다. 배우·무용수·연주자 합쳐 77명이 나오는 대형 공연이다. /국립극장 제공
하지만 심청이 "불효자식 청이는 생각지 마시옵고 아버님 눈을 떠서 광명 천지 보옵소서"라고 창을 제대로 뽑아낼 땐 객석 곳곳에선 눈물이 쏟아졌다. "마음의 눈 크게 뜨고 바로 보세 바로 봐"라는 마지막 장면의 합창은 의미심장했다. 안무도 훌륭했다. 학무, 범패, 정재(궁중무용)로 이어지는 유려한 춤은 그 자체로 한국무용의 향연이었다.

'명품 마당놀이'의 탄생

무대와 객석, 배우와 관객의 일체화가 특징인 마당놀이는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진 장르'로 여겨졌었다. 1981년 시작돼 체육관과 천막극장을 누비며 30년 동안 관객 250만명을 동원했지만, 2010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판이 열리지 않았다.

이것을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이 새로운 '대극장 공연'으로 만들었다. 해오름극장의 넓은 무대를 '마당'으로 삼아 무대 위 삼면에 객석을 설치한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손진책(연출), 배삼식(각색), 박범훈(작곡), 국수호(안무), 김성녀(연희감독), 박동우(무대미술) 등 'A급' 스태프가 집결했고,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3국(國)' 단원 77명이 모였다. '명품 마당놀이'의 탄생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년 1월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