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낳으니 행복의 기준 달라져… 이제 '엄마'역 제대로 하려고요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12.11 05:32 | 수정 : 2014.12.11 10:51

[뮤지컬 '라카지' 주연 정성화]
'라 만차' 이후 10개월 공백 "학교 다니며 영화도 촬영"

'맨 오브 라 만차' 이후 무려 10개월이었다. '국내 최고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이란 말을 듣는 정성화(39)가 올해 팬들을 안달 나게 했던 긴 공백 기간 말이다. 9일 개막한 '라카지'에서 주인공인 게이 가수 앨빈 역으로 나온 그는 짙은 화장을 하고 큰 체구를 흔들며 열창을 뽑아내 관객을 열광시켰다.

"사실 올해 초 '라 만차'가 끝났을 땐 체력이 소진된 상태였습니다. '아, 내가 여기서 더 하면 정말 큰일 나겠구나' 싶었어요." '체력 소진'의 주범은 2012년 11월부터 10개월 동안 이어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살인적인 강행군이었다. 고난도로 유명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 장발장 역을 원 캐스트로 했다.

매일 감정을 끌어올려 온몸으로 배역을 소화하느라 처음엔 '음(音) 이탈' 현상도 일어났다. "제 뮤지컬 인생에서 '레미제라블'은 먼 산과 같았습니다. 그전에는 '저 산에 올라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렵게 오르고 보니 그 위에 넘어야 할 산이 계속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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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만에 뮤지컬 무대에 돌아온 정성화는 “산에 오르고 나니 더 높은 산이 보였다. 그동안 행복의 기준이 바뀌었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지난 10개월을 '마냥 쉰' 건 아니었다. 부산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했고, 영화 '해적'에서 조연을 맡았다. 9월에는 첫 딸을 낳는 기쁨도 있었다. 그는 "아기 얼굴을 본 뒤 행복의 기준이 달라졌다"고 했다. 다시 대학생이 된 것도 큰 변화였다. 한세대학교에 14학번 장학생으로 입학해 스무 살 어린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전 캠퍼스 생활이 진짜 재미있는데, 막상 가면 동기들이 선생님 대하듯 해서 말이죠…."

그가 서울예대 연극과를 제때 졸업하지 못했던 것은, 신입생 때인 1994년 SBS 공채로 개그맨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최고 인기를 누렸던 개그맨 그룹 '틴틴파이브'에서 홍록기가 이탈하자 그 빈자리를 반년 동안 채우기도 했다.

2002년 연극 '아일랜드'에 출연하는 등 무대에 서기 시작하던 그는 2004년 '아이 러브 유'로 뮤지컬에 입문했고, 2007년 '맨 오브 라 만차'의 돈키호테 역에 일약 톱스타 조승우와 함께 더블캐스팅됐다. 그 후 7년은 정성화가 실력으로 이 바닥에서 확실한 인정을 받게 된 기간이었다. 흔히 정성화를 '역경을 딛고 스타로 올라선 개그맨'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처음부터 꾸준히 자기 길을 걸어온 것 같다'고 했더니 "그렇게 말해 주는 기자는 당신이 처음"이라며 반색을 했다.

2012년 한 차례 맡았던 '라카지'의 앨빈 역으로 컴백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무대 위에서 남들을 웃기는 데 자신이 있어서 그런지, 저와 잘 맞는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다. "원래 남자지만 아들을 위해서 모든 걸 버리려고 하는 진짜 엄마 같은 사람입니다. 나이를 먹고 나서도 할 수 있죠. '정성화의 대표 레퍼토리'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뮤지컬 '라카지' 내년 3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1666-8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