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비를 타고'로 1년 여만에 컴백하는 뮤지컬배우 백민정, "성실하게 무대에 서겠다"

  • 스포츠조선=김형중 기자

입력 : 2014.11.30 16:07

◇1년 여 만에 무대에 컴백하는 뮤지컬 배우 백민정. "배우로서 성실하게 무대에 서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팍스컬쳐>
뮤지컬 배우 백민정이 돌아온다. 오는 4일 대학로 상명아트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비트윈 레인드롭스(Between raindrops)'의 여주인공 박하 역. 지난해 여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SNS 사태' 이후 1년 여만이다. 개막을 며칠 앞두고 연희동 연습실에서 만난 그녀는 오랜만의 컴백에 긴장되고 설레는 표정이 역력했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왔어요. 공연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표정은 담담하고 살짝 웃음도 머금었지만, 지난 1년 여의 시간이 그녀에게 안겨주었던 번뇌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백민정은 지난해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공연 기간 중 페이스북에 '사인회가 싫다'는 요지의 글을 올려 여론의 된서리를 맞았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변명하고도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잘못이었다. 왜 그런 글을 올렸을까, 잠시 정신이 나갔나? 가슴을 쳐봤지만 후회막급,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하고, 조용히 반성의 시간을 갖고자 했다.
"사실 배우를 다시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그냥 은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세상 모든 것이 갑자기 낯설고, 무섭게 보였어요. 의욕도 사라지고 자신도 없어졌죠."
혼자 훌쩍 떠나 여행도 다니고, 책도 읽고, 작곡도 다시 공부했지만 마음 둘 곳이 없었다. 안정이 되지 않았다. "나는 괜찮은데 주위에서 자꾸 걱정하는 거예요. 무슨 일이라도 날까봐…."
1년 동안 이렇게 방황하다보니 한가지 사실이 또렷해졌다. '내가 뮤지컬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구나. 뮤지컬 안 하면 쓸모 없는 인간이구나….' 이 무렵 팍스컬처 김용현대표로부터 공연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바로 이 작품 '사랑은 비를 타고-비트윈 레인드롭스'의 초연 때였다. "주인공 박하가 작곡을 하는 인물이고, 사랑의 상처를 못잊는 인물이잖아요? 공연 보는데 눈물이 막 났어요. 제 처지와 묘하게 오버랩되서 감정이입이 확 된 거죠." 김 대표는 이런 백민정을 설득했다. 다시 배우를 해라, 여주인공 박하 해줬으면 좋겠다, 20년 배우 인생을 이대로 끝낼 거냐, 새로 시작해라…. 결국 그녀의 마음을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지난 9월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 얼굴이 환해졌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행복해졌다. 역시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법이다. "박하는 저와 감성이 참 비슷해요. 일도 열심히, 사랑도 열심히 하는 캐릭터예요. 거기다 사랑이 빠져나갔을 때 헤어나오지 못하는 점도 비슷하죠."
백민정은 '사랑은 비를 타고(사비타)'와 인연이 많다. 지난 1995년 이제는 전설이 된, 남경주 남경읍 최정원 주연의 '사비타'를 보고 '언젠가 꼭 정원 언니 역을 하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마침내 2004년 '사비타'의 유미리 역으로 무대에 섰고, 2011년 공연에도 출연했다. "'사비타'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인가 봐요"라며 살짝 웃는다.
과거는 과거이고,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법이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뒤로 하고 돌아온 백민정은 감회는 소박하기만 하다. "성실하게 배우로서 역할을 잘 소화하는 것, 그래서 좋은 공연 보여드리는 것이 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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