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혀, 관객을 들었다 놨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11.19 23:45

[전통예술 분야 첫 토크쇼 '진옥섭의 무용담' 봤더니]

163석 외 보조석까지 만석
"왕십리 무당 할머니 목소린 꺅 소리 나는 맑은 헤비메탈"
두시간의 쉴새없는 재담에 웃느라 허리 못 펴는 관객도

"춤꾼 장금도씨의 아들이 제게 묻더군요. '저희 어머니께서 정말 춤을 잘 추시는 거냐'고요. 그래서 제가 대답했습니다. '몰라서 그렇지 당신 어머니의 관절염은 국가의 우환이에요.'"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씨가 토크쇼‘무용담’도중 춤에 대해 설명하다 다리를 벌리고 공중에 도약하는 발레의‘주테’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씨가 토크쇼‘무용담’도중 춤에 대해 설명하다 다리를 벌리고 공중에 도약하는 발레의‘주테’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가 옥상훈
지난 18일 저녁 서울 대치동 한국문화의집 전통예술공연장은 웃음과 박수, 환호의 도가니였다. 163석 규모 객석이 가득 차 무대 앞에 보조석 두 줄이 따로 놓일 정도로 성황이었다. 10대부터 80대까지 골고루 섞여 있었다.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50)씨의 토크쇼 '진옥섭의 무용담(舞踊談)'. 최근 주요 베스트셀러 필자들의 토크 콘서트 붐 속에서 열린 이 공연은 전통예술 분야에서도 '혀 하나로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하는' 토크쇼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자리였다.

저작 '노름마치'의 현란한 문장으로 여러 문인·작가까지도 감탄하게 만들었던 진씨지만, 토크쇼에서 보여준 입담도 그에 못지않았다. 포스터에서부터 '이소룡의 무술을 능가하는 화술' '혀로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이날을 기다렸다'고 썼던 그는 이날 "그 춤은 논스톱으로 심장을 펄떡거리게 했습니다" "왕십리 무당 할머니의 목소리는 꺅 소리가 터지는 맑디맑은 헤비메탈이었어요" 같은 표현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무용평론가가 된 그 순간 집에서는 무용지물이 됐어요" "처음 무용에 미쳤을 때 을지로를 지나다 '무용'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사무용가구점'이더라고요"라고 말할 때는 웃느라 허리를 펴지 못하는 관객도 있었다.

이 남자의 혀, 관객을 들었다 놨다
/이태경 기자
진씨는 초등학교 때 시골 극장에서 영화 '당산대형'을 보고 이소룡의 무(武)에 빠진 뒤 1983년 '명무전'을 보고 무(舞)의 세계에 입문했으며, 최고의 몸짓을 찾아 초야를 헤매다 무(巫)에 눈을 떴고, 전통 예인들의 무(無)의 경지와 만나게 됐다는 이른바 '4무'의 세계에 대해 물 흐르듯 이야기를 펼쳤다. 때론 직접 발차기를 하거나 무용 동작 일부를 시연해 박수를 받았다.

진씨는 "전통은 케케묵은 것이 아니라 켜켜이 묵힌 것"이라는 말로 '공연'을 마쳤다. 그의 책 '노름마치'에 사인을 받으려는 관객 50여명으로 로비는 금세 혼잡해졌다. 전통예술 분야에선 흔치 않은 광경이었다.


▷춤 이야기 '진옥섭의 무용담' 25일·12월 9일 오후 8시 대치동 한국문화의집, (02)3011-17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