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차범석희곡상 당선작-심사평] 일상 탐사를 넘어서 근·현대사 관통

  • 심사위원 손진책
  • 심사위원 심재찬
  • 심사위원 허순자

입력 : 2014.11.13 01:51

'먼 데서 오는 여자'

금년에도 차범석희곡상은 공연된 신작 희곡 가운데서 수상작을 선정했다. 공연을 통해 진화하며, 객석의 감동으로 승리하는 작품의 원천인 창작 희곡을 기림은 차범석희곡상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수상작 '먼 데서 오는 여자'는 한국 현대사의 거친 파노라마를 배경으로 굴곡진 삶을 살아온 한 노부부의 삶을 들여다본다. 지난날의 상처와 충격으로 남편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아내의 기억상실을 연민으로 보듬으며, 그녀가 잊고자 했지만 지울 수 없는 기억들로 관객을 초대하는 극 여정은 역사의 농축이자, 동시대 삶의 반추다.

'하얀 앵두' '3월의 눈' 등 근간의 수작에서 관조적 온기, 인문적 성찰로 현대인의 일상을 탐사해온 작가는, 이제 그로부터 한발 더 나아가 굴곡진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결단의 필봉으로 상승하는 완숙을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