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단테의 신곡' 어떤 새 옷 입었나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11.06 00:53

지옥·천국 사이 공간, 유리 건물로… 희생돼 천국 온 소녀 캐릭터 등장

올해 국내 연극 중에서 가장 스케일이 큰 작품은 단연 '단테의 신곡'(고연옥 재창작, 한태숙 연출)일 것이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이 기획한 이 작품은 올 한 해 1500석 규모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유일한 연극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연 때 전석(全席) 매진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올해 '전면 업그레이드'의 간판을 내걸고 다시 개막했다. 무대와 대본·음악·연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이 새 옷을 갖춰 입은 것.

①무대―초현실적인 지옥과 천국

주인공 단테가 거쳐가는 지옥·연옥·천국의 무대는 지난해 회전 구축물로 공간 이동을 표현했으나, 무대미술가 이태섭은 이를 완전히 뜯어고쳤다.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경사진 무대는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지옥에는 불구덩이로 빠지는 사각형의 함정을 곳곳에 팠다. 지옥과 천국 사이 연옥 공간은 현대화된 유리 건물로 표현했다. 고통과 희망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시간과도 닮았다는 것이다. 마지막 천국은 의외로 무미건조한 공간으로 표현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연극 ‘단테의 신곡’의 단테(지현준·왼쪽)와 베르길리우스(정동환) 공연 사진
연극 ‘단테의 신곡’의 단테(지현준·왼쪽)와 베르길리우스(정동환). /국립극장 제공

②대본―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지난해 초연의 '천국'에선 남녀 주인공 단테와 베아트리체만 등장했지만, 올해 '천국'엔 원작에도 없는 '그림자 단테'와 '늙은 단테'가 나온다. 주인공이 스스로를 응시해서 자기 성찰을 하는 것으로 극의 방점을 찍기 위해서다. "젊은 날에는 아주 긴 꿈을 꾸었지. 난 지금도 그 끝나지 않은 꿈속에 있다네"란 늙은 단테의 대사가 여운을 남긴다. 타의에 의해 갑자기 희생돼 천국으로 온 '소녀'도 등장하는데,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③연기―1년 동안 성장한 지현준

올해 '에쿠우스'와 '길 떠나는 가족'에서 주연을 맡았던 단테 역 지현준은 "1년 새 분노와 연민, 애틋함의 농도가 더 짙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해랑연극상 수상자인 정동환(베르길리우스 역), 박정자(프란체스카 역)의 명연이야 말할 것도 없다.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