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 보고 배우를 꿈꾼 소년, 이젠 '대학로의 최민식'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10.31 03:02 | 수정 : 2014.10.31 10:02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 박훈
연극 '유도소년'서 주목받고 뮤지컬로 돌아온 뒤 첫 주연

연극·뮤지컬로 잇달아 주목받고 있는 박훈은“아직도 내가 왜 유명해졌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연극·뮤지컬로 잇달아 주목받고 있는 박훈은“아직도 내가 왜 유명해졌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조인원 기자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올 한 해 '연극계의 최민식'으로 부를 만한 배우가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에 출연하고 있는 박훈(33)이다. 그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대학로에서 공연한 연극 '유도소년'의 주연을 맡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공연계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유도소년'만은 연일 빈자리 없이 관객이 들어찼고, 폐막 3주 전부터 전 회차가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었다.

최민식? 그렇다. 강원도 사북에 살던 산골 소년 박훈은 1998년 난생처음 영화관에 갔다. 최민식이 간첩 역으로 나왔던 '쉬리'였다. "저런 게 바로 연기구나! 영화 끝나고 화장실에 갔더니 최민식 얘기뿐이었다." 소년은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

"연극이나 뮤지컬이나 그게 그거라더라"는 부친의 권고에 백제예술대 뮤지컬학과에 진학했다. 내복 비슷한 옷을 입고 춤추느라 처음엔 남우세스러웠지만 "졸업만 해봐라, 내가 주인공이다!"란 오기를 품었다. 제대하고 상경해서 3종(야식·피자·자장면) 배달, 대리운전, 웨이터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다 2007년 창작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오디션을 봤다. 배역 3개 의상을 겹쳐 입고 하나씩 벗어가며 연기했더니 단박에 끼를 인정받아 조연인 '베드로' 역을 맡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뮤지컬에서 앙상블(단역)을 전전해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원래 뭐였더라… 드라마 연기 아니었나?' 2012년 '모범생들'로 연극을 시작했다. 네 번째 연극 '유도소년'에서 마침내 제대로 '터졌다'. 그의 연기에는 몇 달 동안 온종일 바닥을 구르며 유도를 연습한 데서 나온 진정성, 투박하지만 순수한 열정이 있었다. 극적 갈등을 은근슬쩍 눙치면서도 곳곳에서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노련함도 있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길거리와 술집에서 "쟤 유도소년 아냐?"라고 알아보는 팬들이 생겼다. 이제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 공연장엔 팬들이 호텔 뷔페 음식이나 오리고기를 보내줄 정도다. 오랜만에 뮤지컬로 돌아와 처음 주연을 맡은 것인데, 인생의 굴곡과 유머를 표현해야 하는 보험회사 팀장 '한보장' 역 역시 반응이 뜨겁다. 차기작은 다음 달 21일 개막하는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도둑들에게 휘둘리는 수사관 역을 맡는다. "더 바닥을 구를 거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거니까."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 11월 2일까지 대학로뮤지컬센터 공간 피꼴로, (02)692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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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뮤지컬로 잇달아 주목받고 있는 배우 박훈은 “아직도 내가 왜 유명해졌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조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