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임방울 役 맡았던 소녀… 마흔에 名唱의 꿈 이루다

  • 광주광역시=김기철 기자

입력 : 2014.09.23 02:11

명창부 최우수賞 조성은씨

조성은씨 사진
"며칠 전 스승 성우향 선생님이 추임새를 하시면서 무대 옆에서 흐뭇하게 웃고 계신 모습을 꿈에서 뵈었어요.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길 줄 아셨던 모양입니다."

22일 판소리 명창부 방일영상(최우수상)을 받은 조성은(40·사진)씨는 지난 5월 작고한 춘전(春田) 성우향(본명 성판례) 명창의 제자다. 제자 양성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선생에게 대학 때 '흥보가'를 배웠다. 광주시립국극단에 다닐 때는 단장으로 있던 스승을 모셨고, 2006년엔 아예 직장을 때려치웠다. 그러고 선생의 소리를 완벽하게 배우기 위해 1년 넘게 선생님 댁에 들어가 '춘향가'를 배웠다. 스승은 늘 제자를 끊임없이 다그쳤다. 전국민요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후, 스승에게 상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자, 대답은 싸늘했다. "그래서 어쨌다고?"

조씨는 "선생님은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구렁이가 굴속에 들어가 있으면 길이가 몇 자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늘 뒤로 빼는 제자를 자극했다"고 기억했다.

그의 어릴 때 꿈은 가수였다. TV에서 유행가가 흘러나오면 바로 따라 불렀다. 소리를 좋아했던 할머니 덕분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판소리 학원에 다녔다. 몸이 약해 소리를 쉬다가 중3 때 다시 시작해 광주예고와 전남대 국악과를 졸업했다. 재학 중에 충남도립국악단에 들어갔고, 광주시립국극단, 남원시립국악단 등에서 소리를 했다. 광주시립국극단 시절엔 창극 '쑥대머리'에서 소년 임방울 역을 맡아 '쑥대머리'를 부르기도 했다. 어린이와 할아버지, 남녀 주인공을 가리지 않고 소화했다.

이번 임방울 국악제는 첫 도전 만에 방일영상을 차지했다. "판소리 한 바탕에는 사랑과 이별 등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어요.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기도 하고요." 조씨는 "대학 때부터 목표가 판소리 다섯 바탕을 다 해보자는 거였어요. 어느 정도 자신이 붙으면 완창 발표회도 하고, 음반도 낼 생각입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