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첫사랑을 주무르는 연출가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4.09.18 00:48

[올 최고 화제작…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연출 巨匠 엘라이저 모신스키
역대 최고 수준 제작진 구성 "준비할 건 없다, 보고 즐기길"

"올리비아 핫세가 나왔던 영화는 잊어버려라. 순수한 첫사랑에 초점을 맞춘 오페라를 보여주겠다."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엘라이저 모신스키(Moshinsky·68)가 만드는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국립오페라단 작품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작진에 한창 몸값이 치솟는 스타 성악가들이 주연을 맡았다. 모신스키는 1975년 런던 로열오페라에서 벤저민 브리튼의 현대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를 시작으로, 40년 가까이 '오셀로' '맥베스' '로엔그린' '시몬 보카네그라' 등을 연출한 거장. 영국 최고 권위의 로렌스 올리비에 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나부코' '라 트라비아타' 등을 지휘한 불가리아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를 맡고, 무대와 의상은 뮤지컬 '라이언 킹' 무대를 만든 리처드 허드슨이 책임진다. 프란체스코 데무로와 이리나 룽구(Lungu·34) 등 남녀 주역도 유럽 오페라극장이 앞다퉈 찾는 신예 스타들이다.

엘라이저 모신스키는 정치철학을 전공한 연출가다. 그는 1960년대 학생운동을 다룬 TV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엘라이저 모신스키는 정치철학을 전공한 연출가다. 그는 1960년대 학생운동을 다룬 TV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이 드림팀을 이끄는 모신스키는 호주 출신으로 옥스퍼드대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박사과정 재학 중 옥스퍼드&케임브리지 셰익스피어 극단 연극 '뜻대로 하세요'를 연출하다 런던 로열오페라 하우스 전속 연출가로 전격 발탁됐다. "셰익스피어는 천재였다. 그는 영국뿐 아니라 세계인들을 위해 작품을 썼다. 보편적인 힘이 있다." 평생 셰익스피어를 연극과 오페라로 옮긴 거장은 말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극과 오페라로 올릴 때 다른 점은 뭘까. 모신스키는 "결말이 다르다"고 했다. "연극에선 줄리엣이 깨어나면 로미오는 이미 죽어 있지만, 오페라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함께 이중창을 부른다. 18세기 땐 결말이 너무 비극적이라고 생각해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버전을 쓴 작가도 있다." 그는 "연극에 진지한 부분과 코미디적 요소가 섞여 있다면, 오페라는 좀 더 서정적이다"라고도 했다.

모신스키는 작년 국립오페라단 '돈 카를로'를 연출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1979년 10월에도 서울에 왔었다고 했다. "로열오페라가 세종문화회관서 올린 '피터 그라임스'를 연출했다. 내 로열오페라 데뷔작이었다. 나도 놀랐다. 이런 현대 오페라를 한국에서 공연하게 될 줄은 몰랐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물었다. "내 작품을 보기 위해 준비할 건 없다. 독일식 연출처럼 복잡한 상징은 없다. 보고 즐기면 된다(Watch and enjoy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