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9.15 00:43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한평생 출세와 치부(致富)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이중생'이란 인물이 있다. 일제 말에는 외아들을 일본군에 지원시킨 대가로 이권을 한몫 단단히 잡고, 광복이 되자 국유림을 은근슬쩍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허가 산림회사를 차린다. 총독부든 군정청이든, 돈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본능적으로 줄을 대고 권모술수를 동원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 관리를 가장한 미국인에게 사기를 당한 이중생은 곧바로 배임과 횡령,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가 들통 나면서 하루아침에 재산 몰수의 위기에 빠진다. 그의 고문 변호사는 기상천외한 제의를 한다. "본인이 자살한 것으로 하고 재산을 사위한테 넘기세요! 그리고 사위 행세를 하세요." 이제 가짜 장례식이 펼쳐지고 이중생은 자기 영정사진 뒤에 숨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데, 아뿔싸, 그때까지 고분고분하던 의사 사위가 돌연 "상속받은 재산으로 무료 병원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힌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 관리를 가장한 미국인에게 사기를 당한 이중생은 곧바로 배임과 횡령,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가 들통 나면서 하루아침에 재산 몰수의 위기에 빠진다. 그의 고문 변호사는 기상천외한 제의를 한다. "본인이 자살한 것으로 하고 재산을 사위한테 넘기세요! 그리고 사위 행세를 하세요." 이제 가짜 장례식이 펼쳐지고 이중생은 자기 영정사진 뒤에 숨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데, 아뿔싸, 그때까지 고분고분하던 의사 사위가 돌연 "상속받은 재산으로 무료 병원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힌다.
이것이 정말 65년 전에 쓰인 작품이란 말인가?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연극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사진〉는,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는 눈먼 물욕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자신을 파멸시키는 모습을 능수능란하게 짚어낸다. '맹진사댁 경사'의 극작가 오영진(吳泳鎭·1916~1974)이 1949년에 쓴 희곡을, 최근 '그게 아닌데' '줄리어스 시저' 등으로 호평을 받은 연출가 김광보가 빼어난 솜씨로 무대에 올렸다.
연극은 '이것이 바로 풍자(諷刺·현실의 모순을 빗대어 비웃음)이고 해학(諧謔·농담으로 익살을 부림)'이라고 말하는 듯, 심각한 이야기를 넉살맞은 유머로 풀어낸다. 이중생 역의 정진각을 비롯해 김재건·연운경 등 관록의 배우들은 기막힌 호흡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정 뒤에 숨은 이중생이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려 할 때마다 발을 구르거나 소리를 질러 위기를 모면하는 최 변호사 역의 유연수는 '신 스틸러'(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조연)라는 말을 들을 만했다.
연극은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아들 하식이 이중생에게 "아버지, 어서 그 구차스러운 수의(壽衣)를 벗으십쇼. 창피하지 않아요?"라 일갈하는 장면에 힘을 싣는다. 마지막 순간, 사람들이 이중생의 영정 주변에 모여 한곳을 응시한다. 관객에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는 주문인 셈이다.
▷2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 시간 100분, 1688-5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