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산골 마을… 이제 아시아 연극 예술의 중심으로

  • 도가(일본)=유석재 기자

입력 : 2014.09.05 00:59

아시아 예술제 개최한 도가村

"이곳을 만든 지 내년이면 40년이 됩니다. 총리가 22번 바뀌는 사이 여기는 (일본)연극의 성지(聖地)가 됐습니다."

무대에 올라와 마이크를 잡은 연출가 스즈키 다다시(鈴木忠志·75)의 목소리에선 자부심이 느껴졌다. 지난달 30일 저녁 일본 도야마(富山)현 도가(利賀)예술공원의 야외극장, '제1회 도가 아시아 예술제'의 한 작품인 스즈키 연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였다. 사무라이로 분장한 주인공이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 뒤 호수로 난 다리로 걸어갈 때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남자의 고독을 상징하듯 수면 위로 폭죽이 터졌다.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도가예술공원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공연 사진
도가예술공원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공연. /SCOT(스즈키 컴퍼니 오브 도가) 제공
'도가 연극촌'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곳은 도쿄에서 서북쪽으로 약 250㎞ 떨어진 도야마시에서도 차를 타고 산속으로 한 시간 넘게 들어가야 하는 오지(奧地)다. 1976년 신진 연출가로 명성을 떨치던 스즈키는 이곳에 오직 연극만을 위한 예술촌을 건설했다. '정신이 나갔나' '혹시 신흥 종교에 빠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삼나무 숲 속에 터를 잡아 일본 전통 가옥을 소극장으로 만들고, 큰 호수를 파 그 앞에 고대 그리스양식에 일본 노(能) 스타일을 가미한 원형 야외극장을 지었다.

이제 극장 6곳을 갖춘 이곳은 해마다 국제 연극제가 열리고 4000명의 관객이 일본 내외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세계적인 연극촌으로 성장했다. '몸의 중심을 하체에 두고, 발성은 단전(丹田)에서부터 한다'는 스즈키의 연기론을 배우기 위해 이날 현재 세계 13개국에서 온 30여명이 연극촌에 체류하고 있었다.

올해 스즈키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도가 아시아 예술제'를 열었다. '트로이의 여인들' 같은 스즈키의 대표작, 양정웅 연출의 한국 작품 '한여름밤의 꿈'(극단 여행자), 황잉(黃盈) 연출의 중국 작품 '맥베스' 등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3일 공연된 이우천 연출의 '목화 가득한 27대의 수레'(극단 대학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예술제의 목적에 대해 묻자 스즈키는 "도가를 아시아 연극 예술의 중심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도쿄 같은 대도시처럼 상업적인 연극을 하지 않는다. 연극을 산업이 아닌 예술로, 경제활동이 아닌 지적(知的) 활동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먼 곳에서도 온다." 이혜정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교수는 "한·중·일의 연극 예술을 세계에 알리는 데 도가가 이미 구심점 역할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