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연주자 자리 잡은 것 아냐… 기회 있다면 어디서든 연주할 것"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4.08.20 01:31

유럽무대 누비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英 본머스 심포니 상주 연주자로… 다음달엔 국내 6개 도시 리사이틀

영국 브리스톨 콜스톤홀의 클래식 프로그램 표지 모델로 나온 김선욱. 김선욱은 내년 4월 30일 이곳에서 본머스 심포니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영국 브리스톨 콜스톤홀의 클래식 프로그램 표지 모델로 나온 김선욱. 김선욱은 내년 4월 30일 이곳에서 본머스 심포니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콜스톤홀 홈페이지

김선욱(26)은 국제 콩쿠르에 입상한 또래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유럽에서 연주자의 길을 걷는 피아니스트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한 국내파이면서 열여덟 살이던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해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영국에 기반을 둔 세계 유수의 음악 매니지먼트 회사 아스코나스 홀트와 계약하면서 2008년 8월 런던으로 갔으니 벌써 만 6년째다. 그 사이 런던 심포니, 필하모니아, 런던 필하모닉, BBC 필하모닉, 할레 오케스트라 등 저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최고의 실내악 연주장으로 꼽히는 런던 위그모어홀에도 데뷔했다.

김선욱은 다음 달 시작하는 2014~2015 시즌에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상주 아티스트가 됐다. 베토벤 삼중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 3번 등 두 차례 협연과 베토벤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으로 꾸민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김선욱은 18일 전화 통화에서 "아직 연주자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고 겸손해했다.

"런던 바비칸홀이나 사우스뱅크, 위그모어홀 같은 공연장엔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이 넘쳐납니다. 저야 연주 기회가 있으면,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해 연주해서 다시 초청받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게 아니면, 일회성 연주밖에 안 되니까요."

김선욱은 대타(代打)를 마다않는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Schiff)가 취소한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협연에 대타로 나서 연주한 뒤, 다시 초청을 받았다. 이렇게 한 발짝씩 성장한 김선욱은 연(年) 30~40회 연주를 소화하는 콘서트 연주자로 훌쩍 컸다.

21일 시작하는 정명훈의 서울시향 유럽투어에도 협연자로 나선다. 작년 여름 런던 로열앨버트홀에서 본머스 심포니와 프롬스 데뷔 때 연주한 베토벤 협주곡 3번이다.

김선욱은 다음 달 리사이틀을 통해 국내 팬들과도 만난다. 바흐의 파르티타 2번, 프랑크의 프렐류드, 코랄과 푸가, 슈만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을 들려준다. "프로그램을 짤 때는 늘 균형을 맞추려고 고민합니다. 바로크 양식을 만든 바흐와 바흐의 형식을 많이 도입한 프랑크, 그리고 후반은 좀 더 자유의 여지가 많은 슈만을 골랐습니다."

김선욱의 최근 유럽 연주회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아직도 처음 데뷔하는 콘서트홀이 많은데 그때는 자신 있는 베토벤 소나타 '발트슈타인'(김선욱의 이메일ID는 '발트슈타인' 작품 번호인 OPUS 53이다)이나 '전람회의 그림'을 집어넣고요. 연주를 해본 곳에선 새로운 레퍼토리를 꾸밉니다."

김선욱은 열여섯 살부터 하루에 담배 1갑 이상씩 피운 골초였다. 그런데 작년 1월 1일 담배를 끊었다. "아기 아빠가 돼야 하니까요. 1년 반이 넘었는데, 이젠 생각도 안 나네요."

2012년 결혼한 김선욱 부부 사이에 지난 5월 태어난 아들 이름은 승후. 이을 승(承)에, 두터울 후(厚)라고 했다. 피아니스트의 대(代)를 잇게 할 생각일까. "아뇨. 전혀! 힘든 피아노는 저 하나로 족해요." 아기의 장래에 대한 마음씀이 여느 아빠와 똑같았다.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9월 14일 울산문화예술회관, 16일 여수 예울마루,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등 6곳,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