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 보곤 '바로 이거다' 무릎 쳤어요"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08.02 01:26

신작 창극 '춘향가' 연출 맡은 서반 "사랑 지키고 부패와도 싸운 여인"

안드레이 서반 사진
/국립극장 제공
"사랑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인이 있습니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자신의 믿음을 지켜냅니다. 심지어 그녀는 부패한 사회의 불의와도 맞서 싸웁니다. 시대를 초월할 뿐만 아니라 대단히 현대적인 작품이지요."

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간담회를 가진 루마니아계 미국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Serban·71)이 말한 이 '작품'은 다름 아닌 판소리 '춘향가'다. 그는 오는 11월 20일 개막하는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의 신작 창극 '춘향가'의 연출을 맡았다. 국립창극단이 창극의 세계화를 위해 추진 중인 '세계 거장(巨匠) 시리즈'의 하나다.

서반은 처음에 '흥보가'의 대본을 검토하고는 '동화 같기도 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한데 무척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춘향가'를 보고는 "바로 이거다"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판소리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이었습니다. 창(唱)의 바이브레이션(떨림)도 색달랐고요. '사랑가'는 길거리를 가다가도 쉽게 기억나는 후크송(단숨에 귀에 꽂히는 노래) 같았습니다." 서반은 "베르디·푸치니 오페라나 마찬가지로 현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연출의 과제"라고 말했다.

대담하고 실험적인 연극과 오페라 연출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서반은 1997년 '트로이의 여인들'을 들고 처음 내한했으며, 지난해에는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를 국립극장에서 공연해 찬사를 받았다.

이번 작품에 대해선 "유머를 많이 넣을 것이고, 한국이 영상 문화가 발전한 만큼 영상을 통한 연출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안무는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맡는다.

서반은 "국립창극단 배우들을 보니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지 못한 채 작은 감옥에 갇혀 있는 것 같았는데, 그들의 재능을 훨씬 더 자유롭게 표현시킬 것"이라며 "'춘향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본다면 깜짝 놀랄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