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는 듯 화합하는 듯… 콕콕 찍어낸 色點의 하모니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4.07.25 01:15

30일까지 故곽인식 화백 개인전

화선지 위에 타원형 색점(色點)이 낙엽 쌓이듯 중첩돼 있다. 붓으로 쿡쿡 찍은 보라·초록·노랑·주황색 점들이 영롱한 빛무리처럼 느껴졌다. 수북이 쌓인 알갱이 사이에서 묘하게 입체감이 드러난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고(故) 곽인식(1919~1988)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일본 모노하(物派)의 선구적 작가이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곽인식의 존재감을 새삼 일깨우는 전시다. 일본에서 1960~70년대 성행한 모노하는 서구의 '미니멀 아트'를 동양적으로 재해석한 전위미술 장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을 통해 사물과 공간, 위치, 관계 등에 접근하는 예술이다.

곽인식 화백의 1984년 작품 Work 84-S 사진
곽인식 화백의 1984년 작품 Work 84-S. /갤러리현대 제공
대구에서 태어난 곽인식은 도쿄의 일본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줄곧 일본에서 활동했다. 1960년대까지 그는 돌·철판 등 재료의 물성(物性)을 끊임없이 탐구했고, 유리를 의도적으로 깨 표면의 망을 형성하는 작업 등을 선보여 모노하와 한국 단색화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그린 후기 회화 작품 20점이 나왔다. 이 시기의 작가는 돌·유리 같은 재료에서 벗어나 종이라는 평면 위에 색점을 포개는 작업에 집중했다. 알록달록 무수히 겹쳐진 색점이 엷게 번지면서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투명한 듯 불투명한 듯, 충돌하는 듯 화합하는 듯. "곽인식 작품에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상한 힘이 있다"고 했던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의 평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시는 30일까지. (02)2287-3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