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7.22 01:16
['접는 부채' 大賞 받은 송용원씨]
부채 名匠 김대석씨와 공동 제작… 고려 때부터 사용한 우리 문화유산
宋 "전통 계승 위한 열정은 하나", 金 "우리 가치 알린 젊은이 기특"
"에어컨과 선풍기에 밀려 잊혀가는 우리 전통 부채를 예술로 되살리고 싶었어요. 부채 명장과 협업해 전통예술과 현대미술을 접목해 본 거죠."
조각가 송용원(40)씨가 가송예술상 대상을 받았다. 부채표 동화약품의 가송재단이 우리 고유 문화유산인 접선(摺扇·접는 부채)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여름생색전'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13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접선은 고려시대부터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1123년 고려를 다녀간 후 기록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고려인들이 접선이란 것을 들고 다닌다'는 기록이 있다.

송 작가의 대상 '8월의 바람소리'는 부채 명장 김대석(67)씨가 함께 제작했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인 김 선자장(扇子匠)은 대나무를 깎고 다듬는 것부터 부챗살에 종이를 붙이는 작업까지 접선 제작의 다섯 과정을 모두 계승한 유일한 사람이다. 3대째 가업이다.
"재료 구하기부터 녹록지 않았어요. 곰팡이가 슬지 않는 겨울에 1년치 6000개 분량의 대나무를 구해요. 접선에는 왕대 3년생만 씁니다. 그런데 이 부채는 댓살 길이가 50㎝나 돼요. 뒤지고 뒤져 딱 하나 만들 분량을 구했죠." 작업 시간도 평소의 다섯 배나 걸렸다고 한다.
송 작가는 김 장인이 만든 대선을 활용해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부채에서 살과 종이를 빼낸 뒤, 검은 철사를 엮어 만든 산수도(山水圖) 앞에 놓아 작품을 바라보는 '창'의 역할을 하게 했다. 부채 직경은 90㎝이고, 뒤편 조각은 가로 260㎝, 세로 180㎝ 크기다.
하지만 일정 거리에서 보면 마치 부채 속에 먹으로 그려낸 입체화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송 작가는 "부채 위에 먹으로 그린 한 폭의 선면화(扇面畵)처럼 보이게 한 것"이라며 "정확히 비례를 맞추기 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일주일 걸렸다"고 했다.

송 작가는 "1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했지만 누군가와 함께 일한 건 처음"이라며 "더군다나 명장(名匠)과 함께여서 그 정신을 살리려고 하니 긴장됐고 고민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철사를 사용한 것도 장인의 굳은 신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세대와 분야는 다르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예술적 열정은 통한다고 믿었다"고 했다.
재작년 제정된 가송예술상의 첫 수상자는 시멘트와 설탕을 활용한 최준경(34) 작가, 작년 수상자는 빨대로 접선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정찬부(38)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