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 주자는 연주때 논다?… 타이밍 놓치면 끝인 오케스트라의 골키퍼죠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4.07.09 02:56 | 수정 : 2014.07.09 09:43

[서울시향 타악기팀이 말한 오해와 진실]
유리잔·파이프도 두드리면 악기… 팀파니로는 아리랑 연주도 가능

서울시향 타악기 수석 에드워드 최(44)는 얼마 전 동료들과 서울 장안평 중고차 시장을 찾았다. 연주에 쓸 자동차 브레이크 드럼을 구하기 위해서다. 팀파니 수석 아드리앙 페뤼송(31)도 종종 청계천 공구상을 찾는다. 파이프를 보여달라고 해 이곳저곳 두들겨보는 그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이가 많다. 타악기 주자들은 드럼이나 심벌즈처럼 악기 회사에서 사들이는 것 못잖게, 만들어 쓰는 악기가 많다.

지난 7일 오전 찾은 서울시향 4층 연습실은 수십 종이 넘는 타악기로 그득했다. 드럼, 팀파니, 심벌즈는 알아봤지만, 스위스 카우 벨(Cow Bell)처럼 아리송한 악기도 많았다. 연습실에 타악기가 몇 점쯤 되느냐고 묻자 단원들은 "글쎄, 우리도 정확히 세본 적이 없어서…"라고 했다.

서울시향 타악기팀은 지난달 초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후원자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뽑은 청중상을 받았다. 미국 작곡가 라우즈의 '쿠-카-일리모쿠'는 하와이 신화에서 모티브를 딴 곡으로, 흥겨우면서도 토속적인 리듬으로 환호를 받았다. 9일 금호아트홀 공연을 앞둔 서울시향 타악기팀에게 타악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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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타악기팀.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미연, 아드리앙 페뤼송 팀파니 수석, 강승범 객원 단원, 김문홍, 에드워드 최 타악기 수석. /이태경 기자

①타악 주자는 잠깐 연주하고, 수당은 똑같이 받는다?

서울시향이 지난주 연주한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김미연(34) 단원의 슬랩 스틱(Slap Stick·일명 짝짝이)으로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했다. 김미연은 3악장에서 다시 이 악기를 썼다. "협주곡 내내 딱 2번 연주한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것 말고 다른 악기도 연주했는데, 눈에 잘 안 띈 모양"이라며 웃었다. 바이올린 주자가 내내 활을 켜고 있을 때, 타악 주자는 뒤에 앉아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연주 수당은 다른 단원들과 똑같다. "네덜란드가 코스타리카와의 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때 골키퍼를 바꾸는 것 보셨죠. 그 덕분에 이겼잖아요. 타악 주자는 결정적 순간에 한몫하는 골키퍼와 비슷합니다." 에드워드 최가 말하자 동료들이 맞장구쳤다.

②타악기는 아무나 연주할 수 있다?

타악 주자들은 가끔 북이나 치고, 초등학생도 연주하는 트라이앵글이나 캐스터네츠도 쓴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드워드 최는 미국 배우 겸 작가 조지 플림톤(Plimpton) 얘기를 했다. "플림톤이 번스타인이 이끄는 뉴욕필에서 트라이앵글 주자로 참여한 적 있어요. 그때 쓴 글을 봤는데, 어마어마한 부담에 시달렸대요. 우린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연주를 완전히 망치는 거지요."

타악 주자들은 팀파니는 물론, 두드리는 악기는 모두 다 연주할 수 있다고 했다. 오케스트라 오디션 때도 대여섯 가지 악기를 테스트한다.

③타악기는 음정이 없다?

마림바나 비브라폰은 음정이 있지만, 타악기 대부분은 높낮이가 없을 것 같다. 오해다. 페뤼송은 얼마 전 팀파니로 '아리랑'을 멋있게 연주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페뤼송은 "드럼 5개짜리 팀파니 세트로 2옥타브까지 높낮이를 낼 수 있다"고 했다. 파이프나 나무 조각도 크기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

타악기의 매력은 뭘까. 김문홍(49) 단원은 "작곡가나 지휘자가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게 도전적"이라고 했다.


▷서울시향 비바 시리즈 1: 비바 퍼커션, 9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158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