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 물방울 화가 김창열… 예술원 신입 회원 투표에서 탈락했다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4.06.30 00:47

해외 저명 예술가 영입 무산… "국내 텃세에 밀려" 비판 나와

백건우, 김창열씨 사진
백건우, 김창열.
피아니스트 백건우(68)씨와 '물방울 화가'로 이름난 서양화가 김창열(85)씨가 지난달 대한민국 예술원 신입 회원 추천 투표에서 탈락했다. 신입 회원은 해당 분과 회원이나 예술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교 총장 등의 추천과 해당 분과 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정해진다. 예술원 관계자는 "이번 신입 회원 추천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예술가들을 영입하자는 논의가 있어서 추진했는데 회원들에게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통과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술원 회원 정원은 100명이지만, 최근 몇 년 새 잇달아 회원들이 작고하면서 현재 87명이 활동하고 있다. 음악 분과 정원은 22명으로 현재 회원은 19명이기 때문에 신입 회원 3명을 뽑을 예정이었다. 모두 5명의 후보가 나섰으나 성악가 A씨와 국악인 B씨만 통과됐고, 백건우씨 등 3명은 탈락했다. 백씨는 10세 때 국립교향악단과 협연하면서 데뷔한 뒤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진지한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얻었다. 2010년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김창열 화백도 천경자, 이우환 화백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생존 작가' 3위(미술시장 전문지 아트프라이스 2010년 조사)로 꼽힐 만큼 유명 작가이지만 예술원 진입에 실패했다.

예술원 회원 임기는 4년으로, 연임이 가능해 사실상 종신제다. 회원 가입은 많게는 7번 만에 통과될 만큼 까다롭기 때문에 한 번 떨어진 게 특별한 사례는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백건우씨처럼 국제적으로 이름난 피아니스트가 '대한민국 예술가의 대표 기관'으로 자임하는 예술원 진입에 실패하면서, 국내 인사들의 텃세에 밀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