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愛憎으로 가득 찬 120분… 불륜 넘어 인생을 말하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4.06.23 00:14

스카이라잇

연극‘스카이라잇’의 이호재(왼쪽)와 오지혜.
연극‘스카이라잇’의 이호재(왼쪽)와 오지혜. /극단 컬티즌 제공
런던의 허름한 변두리에서 '냉동창고 같은 아파트'에 혼자 사는 여교사 카이라(오지혜)가 꿈꾸는 아침 식사란 이런 것이다. "냅킨에 싸인 토스트, 크루아상, 은주전자에 담긴 정말 뜨거운 커피, 스크램블드에그." 소박한 꿈이라며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나중엔 알게 된다. 그녀가 정말 원한 건 그 메뉴보다도 아침을 함께할 타인과의 안락한 분위기였다는 것을.

연극 '스카이라잇'(데이비드 해어 작, 최용훈 연출)에 등장하는 30대 여성 카이라와 50대 남성 톰(이호재)은 과거 6년간 불륜 관계였으나 지금은 헤어진 사이다. 톰은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3년 만에 카이라를 찾아간다. 침착함을 가장하며 에둘러 말하던 두 사람은 잠자리를 함께한 뒤 본격적인 설전(舌戰)을 시작한다.

"새 삶을 찾는다고? 당신은 아무것도 못할 거야. 여기 웅크리고 앉아 현실 부정, 현실 도피만 하니까!"(톰) "당신이 그 사람들을 돕지 않는 이유는 뭐죠? 항상 이런 식이에요. 이해하면서 이해 못하는 척!"(카이라) 성공한 사업가이자 생활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를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하는 톰과,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카이라는 서로의 삶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등장 5분 만에 경멸·분노·수줍음·익살·능청·회한·당황·주저 등 온갖 감정을 분출해 내는 이호재의 연기는 '절품(絶品)'이다. 오지혜의 연기는 애증(愛憎) 중에서 '증'에 무게가 실렸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폭발력을 보여준다. 결국 이 연극이 말하는 것은 "왜 그렇게들 살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2월 국내 무대에 올랐던 '은밀한 기쁨'과 마찬가지로, 연극·영화를 넘나드는 영국의 대표적 극작·연출가 데이비드 해어는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사회의 계층 갈등을 사정 봐주지 않는 섬세함으로 무대에 드러낸다.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공연 시간 120분, (02)765-5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