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6.17 02:58
日 사립미술관에서 찾아내… 위쪽은 선묘, 아래쪽은 채색
이런 불화 나온 건 韓中日 처음
"관장님, 저희 수장고에서 희귀한 불화(佛畵)가 나왔는데 한번 봐주세요."
지난 1월, 정우택 동국대박물관장은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일본 도쿄 네즈(根津)미술관의 학예연구실장. 그는 "불화 특별전 준비 때문에 수장고를 정리하다가 못 보던 그림을 발견했다"고 했다. 곧바로 도쿄행 비행기에 오른 정 관장은 그림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지팡이를 쥐고 있는 지장보살의 얼굴, 백토(白土)로 섬세하게 선(線)을 그린 표현 방법…. 16세기 조선 불화가 분명했다.
◇선묘·채색을 같이 쓴 불화는 처음
일본 도쿄에서 조선 전기의 희귀 불화가 발견됐다. 윗부분에는 지옥 세계를 주관하는 지장보살이 지팡이와 보주를 들고 있는 지장설법 장면을 그렸고, 아랫부분에는 지옥의 장면을 묘사한 '지장보살설법, 18지옥도'다. 국내 불화 연구의 권위자인 정 관장은 "교토 지온인(知恩院) 사찰에 1575~77년 제작된 같은 도상의 조선 불화가 소장돼 있다. 명종의 비인 인순왕후 심씨의 명복을 빌고 선조의 비와 인종 비 등의 장수를 기원한 전형적인 왕실 발원 불화"라며 "이 같은 도상의 그림이 한 점 더 발견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정우택 동국대박물관장은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일본 도쿄 네즈(根津)미술관의 학예연구실장. 그는 "불화 특별전 준비 때문에 수장고를 정리하다가 못 보던 그림을 발견했다"고 했다. 곧바로 도쿄행 비행기에 오른 정 관장은 그림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지팡이를 쥐고 있는 지장보살의 얼굴, 백토(白土)로 섬세하게 선(線)을 그린 표현 방법…. 16세기 조선 불화가 분명했다.
◇선묘·채색을 같이 쓴 불화는 처음
일본 도쿄에서 조선 전기의 희귀 불화가 발견됐다. 윗부분에는 지옥 세계를 주관하는 지장보살이 지팡이와 보주를 들고 있는 지장설법 장면을 그렸고, 아랫부분에는 지옥의 장면을 묘사한 '지장보살설법, 18지옥도'다. 국내 불화 연구의 권위자인 정 관장은 "교토 지온인(知恩院) 사찰에 1575~77년 제작된 같은 도상의 조선 불화가 소장돼 있다. 명종의 비인 인순왕후 심씨의 명복을 빌고 선조의 비와 인종 비 등의 장수를 기원한 전형적인 왕실 발원 불화"라며 "이 같은 도상의 그림이 한 점 더 발견된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그림을 그린 묘법(描法)이 특이해 주목된다. 지장보살이 설법하는 윗부분은 백색 안료로 선을 그린 선묘(線描)인데, 아래의 지옥 장면은 채색 기법(다양한 색으로 그리는 기법)을 썼다. 정 관장은 "선묘와 채색을 한 화면에 동시에 구현한 것은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불화에서도 전무후무한 사례"라며 "채색불화 혹은 선묘불화로 구분했던 불화 제작의 묘법을 수정해야 할 정도로 귀한 자료"라고 했다.
◇명대(明代) 추정 그림도 조선 불화인 듯
정 관장은 또 "이번 발견으로 그동안 막연히 '명나라 그림'으로 추정해 왔던 또 다른 불화까지 조선 불화일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했다. 오사카 다이후쿠지(大福寺)에 소장된 '지장보살설법, 18지옥도'(1596년)가 그것. 이 그림은 보살들의 형상과 표현법은 분명 조선적인데 유달리 연둣빛이 강해 당대의 조선 불화와 색감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계에서는 '명나라 혹은 조선 불화로 추정된다'며 판단을 보류해 왔다.
◇명대(明代) 추정 그림도 조선 불화인 듯
정 관장은 또 "이번 발견으로 그동안 막연히 '명나라 그림'으로 추정해 왔던 또 다른 불화까지 조선 불화일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했다. 오사카 다이후쿠지(大福寺)에 소장된 '지장보살설법, 18지옥도'(1596년)가 그것. 이 그림은 보살들의 형상과 표현법은 분명 조선적인데 유달리 연둣빛이 강해 당대의 조선 불화와 색감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계에서는 '명나라 혹은 조선 불화로 추정된다'며 판단을 보류해 왔다.

그런데 네즈미술관에서 새로 발견된 불화와 도상이 매우 흡사해 다이후쿠지 그림 역시 조선 불화일 가능성이 커졌다. 정 관장은 ①지옥 장면 중 죄업을 재는 저울이 놓인 모습이 같고 ②지장보살을 에워싸고 있는 시왕(十王)의 얼굴에 강한 음영(볼 터치)을 넣어 입체감을 표현한 기법이 상통한다고 했다.
불화의 제작 시기는 16세기 말로 추정된다. 정 관장은 "선묘는 채색보다 비교적 빨리 그릴 수 있고, 값이 싼 백토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임진왜란 때 죽은 백성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민간에서 그린 그림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정 관장은 오는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동악미술사학회 정기 학술발표회에서 이 불화를 소개한다.
불화의 제작 시기는 16세기 말로 추정된다. 정 관장은 "선묘는 채색보다 비교적 빨리 그릴 수 있고, 값이 싼 백토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임진왜란 때 죽은 백성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민간에서 그린 그림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정 관장은 오는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동악미술사학회 정기 학술발표회에서 이 불화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