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6.17 00:07
엄마를 부탁해
"다시 전화해서 사과만 했어도 엄마가 그렇게 머리가 아프진 않으셨을 텐데, 내가 사과만 했어도…." 극 후반, 사라진 어머니(손숙)를 찾지 못한 채 아버지(전무송)와 통화하던 장녀(예지원)가 꾹꾹 눌러왔던 울음을 터뜨리자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아예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상체를 숙인 40대 여성도 보였다.
신경숙 원작인 연극 '엄마를 부탁해'(고연옥 극본, 한진섭 연출)는 뛰어난 배우와 스태프의 조합이 어떻게 명품(名品)을 만드는지 보여주는 전범(典範) 같았다. 4년 전 초연됐던 이 연극은 기존의 주연 손숙에 새로 전무송과 예지원이 투입됐고, 전 배역 단일 캐스팅으로 밀도를 높였다.
신경숙 원작인 연극 '엄마를 부탁해'(고연옥 극본, 한진섭 연출)는 뛰어난 배우와 스태프의 조합이 어떻게 명품(名品)을 만드는지 보여주는 전범(典範) 같았다. 4년 전 초연됐던 이 연극은 기존의 주연 손숙에 새로 전무송과 예지원이 투입됐고, 전 배역 단일 캐스팅으로 밀도를 높였다.
파마머리에 보라색 조끼, 꽃무늬 치마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손숙은 함지를 머리에 이고 등장하는 실루엣만으로도 시골 아낙 그 자체였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나의 황홀한 실종기' 등에서 이미 치매 걸린 할머니 역을 맡았던 그는, 어눌한 듯 보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서릿발 같은 단호함("내 딸은 그런 바보 멍충이 안 만들 거요")과 분노("엄마 가슴에 못 박는 말만 골라서 허는구나")를 드러내는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했다.
전무송은 지난날 방탕한 과거에 대한 회한이 얼굴에 화석처럼 남은, 늙은 아버지 역할에 꼭 맞는 듯 보였다. 애초 연극배우로 출발한 예지원의 발성은 뚜렷했고 절제된 감정 연기도 좋았다. 장남 역 박윤희는 책임감과 자책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큰오빠의 내면을 잘 표현했다. 원작을 솜씨 좋게 극화한 고연옥의 극본, 사실주의와 표현주의의 적절한 배합 위에 남진의 '가슴 아프게'로 대표되는 뽕짝 정서를 넣은 한진섭의 연출 역시 긴 여운을 남겼다.
극은 '엄마도 한 사람의 여자였다'는 사실을 잔잔하게 드러내는 부분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사라졌던 엄마는 평생 마음의 의지가 됐던 한 남자에게 일부러 몰인정하게 굴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뒤 자신의 엄마에게 옛 모습대로 안긴다. 처연(凄然)하다.
▷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연시간 100분, 1544-1555
전무송은 지난날 방탕한 과거에 대한 회한이 얼굴에 화석처럼 남은, 늙은 아버지 역할에 꼭 맞는 듯 보였다. 애초 연극배우로 출발한 예지원의 발성은 뚜렷했고 절제된 감정 연기도 좋았다. 장남 역 박윤희는 책임감과 자책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큰오빠의 내면을 잘 표현했다. 원작을 솜씨 좋게 극화한 고연옥의 극본, 사실주의와 표현주의의 적절한 배합 위에 남진의 '가슴 아프게'로 대표되는 뽕짝 정서를 넣은 한진섭의 연출 역시 긴 여운을 남겼다.
극은 '엄마도 한 사람의 여자였다'는 사실을 잔잔하게 드러내는 부분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사라졌던 엄마는 평생 마음의 의지가 됐던 한 남자에게 일부러 몰인정하게 굴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뒤 자신의 엄마에게 옛 모습대로 안긴다. 처연(凄然)하다.
▷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연시간 100분,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