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5.26 23:54
피아노 거장 아쉬케나지 父子, 오늘부터 내한 공연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Ashkenazy·77)는 요즘 러시아 국적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 얼마 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느라 시드니를 찾았다가 주(駐)호주 러시아 대사로부터 권유를 받았다. "소련이 붕괴한 지 20년이 지났잖아요. 러시아가 어디로 가는지 주의 깊게 지켜봤는데, 이젠 때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26일 만난 아쉬케나지는 이렇게 말했다.
열아홉이던 1956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스물다섯에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아쉬케나지는 1963년 서방으로 망명했다. 소련 당국이 아이슬란드 출신 아쉬케나지 아내에게 국적을 포기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이다.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아쉬케나지는 여덟 살 때 모스크바에서 하이든 협주곡으로 데뷔했다. 2차대전 전후 소련의 일상은 팍팍했다. "1944년부터 1952년까지 8㎡짜리 작은 방에 피아노를 놓고, 온 식구가 살았어요. 부엌과 화장실은 이웃 네 가족과 공동으로 쓰고요. 그 뒤에 15㎡짜리 아파트로 이사 갔는데, 얼마나 크게 느껴졌던지…, 그때도 샤워실은 없었지만."
아쉬케나지는 라흐마니노프·스크리아빈 등 러시아 음악뿐 아니라 쇼팽·드뷔시에도 뛰어난 피아니스트. 1975년 지휘에 뛰어들어 로열 필하모닉, 체코 필하모닉, NHK 심포니, 시드니 심포니 등의 음악감독 및 수석 지휘자를 지냈다. 그는 로열 필하모닉을 이끌고 1989년 11월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고르바초프 덕분에 26년 만에 모스크바에 돌아갈 수 있었어요. 고르바초프와 함께 저녁을 하기로 얘기가 됐는데, 그날 오후 바쁜 일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비서에게 연락이 왔어요. 다음 날 아침 뉴스를 보니 왜 그랬는지 알겠더군요, 전날(11월 9일) 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거든요. 날아갈 듯 기뻤지요."
아쉬케나지는 아들 보브카(51)와 함께 27일 예술의전당을 비롯, 세 차례의 피아노 듀오 콘서트를 갖는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보브카는 스무 살 때인 1983년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런던 신포니에타와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으로 데뷔했다. 다섯 남매 중 장남인 보브카는 편곡에도 재능을 보여 이번 공연에선 보로딘 오페라 '이고르 공'의 '폴로베츠인의 춤'을 2대의 피아노로 편곡한 작품을 듀오로 연주한다. "아버지와의 듀오가 부담스럽지 않으냐고요? 처음엔 그랬지만 지금은 '친구'처럼 편안한 사이예요. 어릴 때부터 늘 아버지 음악을 듣고 자랐으니까요." 곁의 아버지도 "우리는 동료"라고 했다. 연주회에선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2대의 피아노로 연주한다.
▷아쉬케나지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2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02)749-1300
열아홉이던 1956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스물다섯에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아쉬케나지는 1963년 서방으로 망명했다. 소련 당국이 아이슬란드 출신 아쉬케나지 아내에게 국적을 포기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이다.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아쉬케나지는 여덟 살 때 모스크바에서 하이든 협주곡으로 데뷔했다. 2차대전 전후 소련의 일상은 팍팍했다. "1944년부터 1952년까지 8㎡짜리 작은 방에 피아노를 놓고, 온 식구가 살았어요. 부엌과 화장실은 이웃 네 가족과 공동으로 쓰고요. 그 뒤에 15㎡짜리 아파트로 이사 갔는데, 얼마나 크게 느껴졌던지…, 그때도 샤워실은 없었지만."
아쉬케나지는 라흐마니노프·스크리아빈 등 러시아 음악뿐 아니라 쇼팽·드뷔시에도 뛰어난 피아니스트. 1975년 지휘에 뛰어들어 로열 필하모닉, 체코 필하모닉, NHK 심포니, 시드니 심포니 등의 음악감독 및 수석 지휘자를 지냈다. 그는 로열 필하모닉을 이끌고 1989년 11월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고르바초프 덕분에 26년 만에 모스크바에 돌아갈 수 있었어요. 고르바초프와 함께 저녁을 하기로 얘기가 됐는데, 그날 오후 바쁜 일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비서에게 연락이 왔어요. 다음 날 아침 뉴스를 보니 왜 그랬는지 알겠더군요, 전날(11월 9일) 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거든요. 날아갈 듯 기뻤지요."
아쉬케나지는 아들 보브카(51)와 함께 27일 예술의전당을 비롯, 세 차례의 피아노 듀오 콘서트를 갖는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보브카는 스무 살 때인 1983년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런던 신포니에타와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으로 데뷔했다. 다섯 남매 중 장남인 보브카는 편곡에도 재능을 보여 이번 공연에선 보로딘 오페라 '이고르 공'의 '폴로베츠인의 춤'을 2대의 피아노로 편곡한 작품을 듀오로 연주한다. "아버지와의 듀오가 부담스럽지 않으냐고요? 처음엔 그랬지만 지금은 '친구'처럼 편안한 사이예요. 어릴 때부터 늘 아버지 음악을 듣고 자랐으니까요." 곁의 아버지도 "우리는 동료"라고 했다. 연주회에선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2대의 피아노로 연주한다.
▷아쉬케나지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2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02)749-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