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감독' 꼬리표 떼고 작품으로 승부하고 싶어

  • 문현웅 기자

입력 : 2014.05.21 03:03 | 수정 : 2014.05.21 09:59

뮤지컬 '요덕 스토리' 감독 정성산… 신작 '평양 마리아' 들고 돌아와

video_0
정성산 감독은“‘요덕 스토리’의 상업적 실패로 15억원 빚을 지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었다”며“하지만 북한 참상을 최대한 알리는 게 내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버텨 빚을 모두 갚고 재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지호 객원기자
"제가 탈북자 출신 감독으로 유명한 건 사실이죠. 하지만 저도 예술인이니만큼 그런 화제성보다는 내용과 작품성으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뮤지컬 '요덕 스토리' 감독 정성산(45)씨가 신작 '평양 마리아'로 돌아왔다. 북한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다 처형당한 김영숙씨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다. 정 감독은 2007년부터 2년간 김씨와 주고받은 편지 30여 통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한창 '요덕 스토리' 공연을 할 때 김씨가 중국에서 전화를 걸어왔어요. 자기도 탈북자인데 저와 같은 평양 출신인 데다가 교인(개신교)이라며 반가워했어요. 그 후 편지에 동봉된 사진을 보니 김씨가 제 둘째 누나랑 참 많이 닮았더군요. 그때부터 김씨 삶에 관심을 더 갖게 됐죠."

이번 작품 제목인 '평양 마리아'는 성경의 '마리아 막달레나'에서 유래했다. "김씨는 창녀 출신이에요. 편지를 통해 성병을 치료했던 일이나 낙태한 경험까지 이야기했어요. 그 때문에 성경에서 간음한 여인으로 나오는 마리아 막달레나가 떠올랐어요. 간음한 여인이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만…." 김씨는 편지를 통해 정 감독에게 종교적인 고민도 토로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전도사를 만나 개신교를 믿게 됐다고 하더군요. '저같이 죄 많은 여자도 구원받을 수 있겠느냐'고 묻곤 했어요."

2008년 말부터 김씨로부터 편지가 끊겼다. 그리고 3년 뒤 다른 탈북자를 통해 김씨의 죽음을 알았다. "북한 실상을 알리고 싶다며 찾아온 탈북자 여성이 신의주 노동단련대에서 김씨와 같은 방을 썼다고 했어요." 그녀는 김씨가 북한을 오가며 성경을 뿌리고 다니다 2009년쯤 잡혀서 단련대에 들어왔고 어느 날 사라졌다고 했다. "얼마 후 안전원들이 몰려와 '김씨가 공개 처형당했다. 그렇게 죽기 싫으면 김씨가 한 이야기를 다 불어라'고 협박했다더군요." 김씨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된 정 감독은 1주일 만에 '평양 마리아' 시나리오를 썼다.

정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북한 내 지하교회와 통일에 대한 북한인들의 갈망을 알리는 동시에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명품 공연'을 유달리 강조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저 스스로 명품을 만들어 사람들이 절로 찾아와 보도록 노력해야죠." '평양 마리아'는 서울 동숭동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9월 30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