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게이 뮤지컬? 포인트는 휴머니즘

  • 스톡홀름=유석재 기자

입력 : 2014.05.12 01:01

여장 쇼걸 이야기 그린 '프리실라'… 가족 소중함 강조한 한국판 7월 초연

토요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가의 예타 레욘(G�ta Lejon) 극장은 무척 들뜬 분위기였다. 로비 조명은 온통 핑크색이었고, 일부 관객은 원색 가발을 쓰고 와 객석에 앉았다. 스톡홀름 최대 규모의 뮤지컬 공연장인 이 극장에선 호주산(産) 블록버스터 뮤지컬 '프리실라'를 공연 중이다.

극의 가장 중요한 공간인 8.5t짜리 버스가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형형색색의 의상 495벌, 가발 60개, 머리 장식 200개가 동원돼 14초 만에 옷을 한 번씩 갈아입는 무대는 축제를 보는 듯 화려했고, '머터리얼 걸'(마돈나) '핫 스터프'(도나 서머) '트루 컬러스'(신디 로퍼) 같은 왕년의 히트 팝이 쏟아지자 객석 곳곳이 들썩거렸다. 배우들의 역량도 뛰어났다. 특히 주인공 3명 중 가장 연장자인 버나뎃 역을 맡은 비욘 셸만은 인생을 관조하고 주변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섬세한 연기를 보여줬다. '과연 한국에서 저 역할을 누가 맡느냐'가 관심사가 될 만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프리실라’의 한 장면 사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프리실라’의 한 장면. /Peter Knutson 사진
오는 7월 8일 한국 개막(LG아트센터)을 앞둔 '프리실라'는 2006년 시드니에서 초연된 뒤 2009년부터 3년 동안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2011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한국 공연은 12번째 해외 프로덕션이다. 스티븐 엘리엇 감독의 동명 영화(1994)가 원작인 이 작품은 여장(女裝) 쇼걸을 뜻하는 드래그 퀸(drag queen) 세 명이 공연을 위해 버스를 몰고 2800㎞의 사막 횡단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팝송 28곡이 등장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기도 하다.

작품이 울림을 주는 부분은 정작 화려한 외형(外形)보다는 휴머니즘이라는 주제였다. 오리지널 제작팀의 개리 매퀸(58) 프로듀서는 "'프리실라'가 성공한 것은 스토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절됐던 관계와 인생의 실수를 회복하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성(性) 소수자가 등장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감동을 받은 것은 가족 이야기라는 휴먼 스토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스웨덴 공연에서는 원작 영화에서 스포일러로 숨겨 뒀던 '가족 관계의 비밀'을 극 시작 5분 만에 공개해 버린다. 주인공이 목숨을 걸고 사막을 횡단하는 동기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한국판에서는 이 부분을 영화처럼 뒷부분으로 빼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성전환자 1명과 게이 2명이 주인공이며 성적 농담도 만만찮은 이 뮤지컬이 국내에서 과연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느냐는 것. ①최근 '헤드윅' '라카지'의 성공에서 보듯 국내 뮤지컬 관객의 주류인 20~30대 여성이 이 같은 소재에 우호적이고 ②1970~80년대 팝송에 익숙한 연령층이 '프리실라'를 친숙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것은 ①과 ② 교집합의 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