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영의 그림콘서트] 길 고양이의 시선으로 차가운 도시를 바라보다

  • 아트조선

입력 : 2014.05.08 14:15

[3] '고양이작가' 홍민호

"당신은 그림을 볼 때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물어본다. 아마도 대답은 "그냥 본다"가 제일 많지 않을까.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다가 의문점이 생기더라도 그림 옆 혹은 전시장 어딘가에 서있는 큐레이터나 미술가를 찾아 그림에 대해 선뜻 물어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림은 인류에게 문자가 있기 이전부터 사용된 익숙한 소통의 수단이었고 여전히 아이들은 글을 배우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먼저 표현한다. 그러나 왜 성인이 된 우리는 그림이라고 하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걸까? '그림콘서트'는 그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추고자 미술작품 감상에 있어 대중이 화가들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BMW6
BMW6(2013/35cm x 57 cm/Maker pen on canvas)

미술작품은 작가의 철학이나 생각이 반영된다.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않았던 그 무엇에 이끌려 명작이 탄생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작품 속에 작가의 생각을 투영시킨다. 날카롭지만 조용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홍민호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라는 매개체로 현 시대를 관망하고 있다.

홍 작가는 "급속한 산업화와 자본주의 경쟁으로 우리는 역사상 유래 없는 경제적 부(富)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심각한 빈부 격차와 가족의 붕괴를 겪어야 했고 낮은 도덕의식과 문화수준이 보여주듯 천민자본주의로 몰락했다"며 "이런 모습은 우리의 길 고양이 두 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불안함과 슬픔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고양이는 말 없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우리를 비웃고 있는 것은 아닐까.

BMW2
BMW2(2011/200cm x 50 cm/Maker pen on canvas)

2011년작 'bmw2'는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서울아트쇼 전체 작품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고양이의 코에 BMW가 있는 것이 흥미롭다. 실제로 국내 중산층에게 가장 많이 팔린 차이며 제일 가지고 싶어하는 차가 BMW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BMW를 탔다고 해서 과연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도시묘4
도시묘4(2011/200cm x 50 cm/Maker pen on canvas)

그의 작품은 무거운 주제임에도 어린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대중들에게 포토존을 제공할 정도로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아마도 그의 작품에서 그가 얼마나 세상을 아끼고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 글·사진 : 서양화가 송미영

서양화가 송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