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로 달군 클럽의 밤… 앨범에 그대로

  • 한현우 기자

입력 : 2014.04.29 00:28

차세대 재즈그룹 '고희안 트리오'
대학로 '천년동안도'에서 공연 녹음… 한국에선 처음 시도된 형식

"들으면 재즈 친근하게 느껴질 것"

실용음악과 경쟁률이 185대1까지 치솟은 시대이지만, "실용음악과 졸업생의 꿈은 실용음악과 강사가 되는 것"이란 농담이 있다. 음악을 배우는 사람은 많지만 시장을 장악하는 건 기획상품들이기 때문이다.

고희안 트리오는 그런 세태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주하고 음반을 내는 재즈 그룹이다. 피아니스트 고희안(38)이 정용도(29·베이스)와 한웅원(28·드럼)을 이끈다. 오랫동안 서울 대학로 재즈클럽 '천년동안도'에서 연주해 온 이들이 최근 '라이브 앳(at) 천년동안도'를 내놓았다. 작년 11월 11일 이 클럽에서의 공연을 통째로 녹음해 음반으로 옮겼다. 외국에서는 이런 음반을 찾기가 어렵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사실상 처음 시도된 형식의 앨범이다.

왼쪽부터 한웅원 고희안 정용도.
고희안 트리오의 새 앨범은 매주 해오던 재즈클럽 연주를 통째로 녹음했다는 데서 한국 재즈의 새로운 시도로 해석된다. 왼쪽부터 한웅원 고희안 정용도. /이태경 기자
"재즈의 기본이 라이브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미 저희가 4~5년간 꾸준히 연주해왔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고요."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들은 한국 재즈 차세대로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사실에 흡족해했다. 'Someday my prince will come' 'Stella by starlight' 같은 재즈 스탠더드 8곡이 실린 이 앨범은 세 젊은 뮤지션의 열 손가락이 퉁겨내는 패기와 박진감이 넘치는 연주를 들려준다. 이들 말처럼 "틀린 부분도 있고 순간적으로 '이 곡은 빼야겠네' 하는 번뇌가 느껴지는 곳도 있지만", 세 사람의 인터플레이는 재즈클럽의 어둡고 친밀한 분위기에 녹아들며 진득하게 이어진다. 세 악기의 즉흥연주가 불을 뿜을 땐 연주에서 땀이 튀어 귀가 흥건히 젖는 것 같다.

"처음 녹음하는 라이브여서 무척 긴장했는데 어느 순간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때가 있었어요. 그런 경험이 정말 특별했습니다."(정용도)

"오랜 시간 함께 연주하다 보니 첫 곡을 시작하면 다른 멤버들의 기분이나 컨디션을 바로 알 수 있어요. 첫 곡 'How about you'에서 다들 긴장하는 게 느껴져요. 관객들도 긴장하는 게 느껴집니다. 녹음한다니까 쉽사리 박수를 치지 않더라고요."(한웅원)

고희안은 고교 2학년 때까지 "도쿄대 수학 문제 푸는 게 낙이었던" 수학 영재 출신이다. 그는 고 2 때 미국 영화 '사랑의 행로' OST를 듣고 재즈에 매료됐다. 고려대를 중퇴한 그는 버클리음대와 뉴욕대에서 재즈를 공부하고 돌아왔다. 10대 때부터 주목받은 드러머 한웅원(경희대 실용음악과 졸)은 피아노와 베이스 실력도 출중한 팔방미인. 드럼 세트 위로 기어올라갈 듯 강렬한 그의 연주는 한번 보면 잊기 어렵다. "평범하게 자랐다"는 정용도(백제예술대 실용음악과 졸)는 고교 때 "윗집이 너무 시끄러우니 올라가보라"는 어머니 말씀에 윗집에 갔다가 록 음악 팬이던 그 집 고교생으로부터 기타를 배웠다. 고희안과 한웅원의 연주 배틀 가운데서 묵직하게 연주의 중심을 잡아준다.

"재즈를 가장 친밀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 클럽이에요. 그런데도 클럽에 오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런 분들이 우리 음반을 들으면 재즈를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