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울부짖고 속삭이고… 기타로 노래한 남자

  • 한현우 기자

입력 : 2014.04.29 00:07

제프 벡 내한 공연

제프 벡.
/프라이빗커브 제공
"이번 여객선 사고로 희생된 모든 분들께 가슴 깊은 곳에서 위로를 전합니다. 여러분도 제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받았으면 합니다."

검은색 상의 깃에 노란 리본을 꽂고 나온 제프 벡(70·사진)은 네 곡을 연달아 연주한 뒤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이어 1985년 그의 앨범 '플래시'에서 로드 스튜어트가 불렀던 곡 'People get ready'를 연주했다. 애타게 울부짖던 원곡과는 달리, 트럼펫으로 연주하는 조곡(弔曲)처럼 경건하고 무심해서 더 뭉클했다.

데뷔 51년을 맞은 영국의 기타 거장은 27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내한 공연에서 일렉트릭 기타란 무엇인지 남김없이 보여줬다. '로다운 30'의 기타리스트 윤병주는 공연이 끝난 뒤 "기타 한 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악기 소리를 모두 내는 그는 기타가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손가락을 얹기만 해도 소리가 쩌렁쩌렁하고, 포악스럽게 현(絃)을 후려쳤다가도 두 손으로 움켜쥐면 금세 묵음이 되는 일렉 기타의 특성을 그는 쥐락펴락했다. 그의 기타는 순식간에 담벼락을 뛰어오른 뒤 다리를 앙버티고 뒤돌아보는 고양이, 4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했다가 톱니바퀴라도 걸린 듯 앙칼지게 서버린 스포츠카 같았다. 픽(pick) 없이 맨손으로만 치는데도 기타 줄이 끊어질 정도였다.

'Angel(footsteps)'에서 슬라이드 바(슬라이드 주법을 위해 손가락에 끼우는 유리관)를 오른손에 들고 비브라폰 치듯 연주하는 그에게서는 금요일 심야 실험실에 홀로 남은 고지식한 연구자의 모습이 보였다. 'Where were you'에서 제프 벡은 그의 특기를 마음껏 보여줬다. 오른손 약지로 볼륨 다이얼과 트레몰로 암을 조작해 아무도 내지 않은 사운드를 창조한 그는, '소리의 구도자'로 세계 3대 기타리스트 반열에 올랐음을 입증했다.

마지막 곡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Cause we've ended as lovers'였다. 2010년 처음 내한했을 때 즉석 연주하느라 다소 미흡했던 이 곡을 이번에는 밴드와 함께 완벽하게 연주했다. 공연장을 나선 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새벽안개 같은 기타가 등을 적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