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사학은 우물 안 개구리… 人文學처럼 다양한 관점으로 봐야"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4.04.20 23:59

한국미술사학회 첫 직선 회장… 이주형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이주형 한국미술사학회장은“미술사학계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넓이와 깊이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형 한국미술사학회장은“미술사학계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넓이와 깊이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우리 미술사학계는 그동안 괄목할 발전을 이뤘지만 틀에 박힌 연구 풍조에 매몰돼 창의적 문제의식과 글쓰기가 크게 부족해요. 인문학은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데, 상상력이 부족한 학문적 풍토에서는 인문학적 미래가 없습니다."

한국미술사학회 첫 직선 회장인 이주형(54)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가 거침없이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당선돼 올해부터 2년 임기를 시작했다. 선거 당시 "인문학으로서의 미술사학을 실현해야 한다"며 기존 학계의 관행에 일침을 가했고, 상당수 연구자의 지지를 받았다.

우리나라 미술사 연구는 1940년대에 시작해 고유섭·김재원 선생이 초석을 놓았고 최순우·황수영·진홍섭 등 그 제자와 후학들이 연구의 맥을 이어 오늘날 한국미술사학회의 기틀을 마련했다.

"많은 근대 학문이 그렇듯 미술사학은 서양에서 유래했고 실증적인 면에서 서양인이 역사적 우위를 차지했지요.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미술사뿐 아니라 우리 인문학 전체의 문제입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 식으로 틀 전체를 부정한다면 '학문의 시골'이라는 장소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을 겁니다." 그는 "정치·경제뿐 아니라 학문에도 아시아의 시대가 오고 있다. 서양의 눈으로 봐왔던 해석의 틀을 이제는 바꾸어야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우물 안에 갇혀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간다라 미술의 권위자. 미국 버클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30대 초반에 서울대 교수에 임용됐다. 한국 불교학을 현대화하는 데 공헌한 고(故) 이기영(1922~1996) 박사의 아들이다. 그는 "우리 미술사학계가 유물을 다루거나 문헌 연구 같은 실증적·기술적 측면에서는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국외에는 성과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며 "우리 연구 성과를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학회의 학술행사와 학회지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관례적으로 치러지던 월례발표회를 1년에 봄·가을 두 번의 대규모 학술대회로 개편하고, 외국 학자들이 정기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등 국제 학계와의 연계를 강화할 생각이다. 학회 웹사이트가 국내외 미술사학계의 정보 공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자료와 논문 목록, 요약본을 꾸준히 올리고, 영문·중문·일본어판도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