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거리장단에 플라멩코… 완벽" 콜롬비아 觀客 3500명 기립박수

  • 보고타(콜롬비아)=유석재 기자

입력 : 2014.04.13 23:56

14회 이베로 아메리카노 국제연극제
한국과 라틴 전통 결합한 '피의 결혼'… '꼭 봐야 할 대표작'으로 선정

"인크레이블레(Incredible·믿기지 않는다)!"

3500여명 관객이 일제히 일어나 열광적인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휘파람을 불거나 넋 나간 듯 입을 벌린 사람도 있었다. 커튼콜에서 국악 장단에 맞춰 플라멩코를 추던 배우들이 줄지어 무대 아래로 내려와 객석을 한 바퀴 돌자, 사람들은 저마다 손을 뻗어 배우의 몸을 만지거나 하이파이브를 했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엘 캄핀(El Campin) 종합체육관, 제14회 이베로 아메리카노 국제연극제의 한국 참가작인 연희단거리패(대표 김소희)의 '피의 결혼(Bodas de Sangre)' 개막 공연이 끝난 직후였다. 정명주 명동예술극장 공연기획팀장은 "체육관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관객 전원 기립박수가 나오는 것도 연극계에서 좀처럼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객석에 있던 에스텔라 카마르고(Camargo)씨는 채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대단히 힘이 넘치는 공연이었다. 두 시간 공연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며 "한국 전통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미숙(어머니 역), 이승헌(신랑 역), 김하영(신부 역), 윤정섭(레오나르도 역)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관객들로부터 "대단히 인상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제14회 이베로 아메리카노 국제연극제의 한국 참가작인 연극‘피의 결혼’출연 배우들이 개막을 앞둔 지난 10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보고타 엘 캄핀 종합체육관 무대에서 언론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
제14회 이베로 아메리카노 국제연극제의 한국 참가작인 연극‘피의 결혼’출연 배우들이 개막을 앞둔 지난 10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보고타 엘 캄핀 종합체육관 무대에서 언론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 /유석재 기자
'피의 결혼'은 26개국 100개 작품이 참여하는 올해 이베로 아메리카노 연극제 중에서도 독일의 '보이체크', 크로아티아의 '메데아' 등과 함께 '꼭 봐야 할 대표작'으로 꼽혔다. 스페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의 원작을 이윤택이 각색·연출했다. 오는 19일까지 모두 8회 무대에 오르는 이 공연은 2002년 '우루왕' 이래 한국의 다섯 번째 참가작이다. 결혼식 날 옛 연인과 함께 달아난 신부를 신랑이 뒤쫓는 복수와 한(恨)의 이야기를, 배우 20여명 전원이 한국 전통 장단에 맞춰 추는 플라멩코 춤으로 풀어냈다. 경서(京西)민요, 판소리, 범패, 별신굿, 씻김굿, 육자배기와 상모놀이, 판굿, 승무 같은 한국 전통 예술이 등장한다. 12박(拍)의 굿거리장단에 맞춰 플라멩코의 강렬한 발놀림이 이뤄지는 것이다. 공연을 본 현지 전문가 후안 파블로 로페스(Lopez) 칼레 댄스 비엔날레 예술감독은 "라틴과 한국 전통의 결합이 처음에는 좀 이상했지만, 끝에 가서 완벽한 조화를 이뤄 놀라웠다"고 했다.

'피의 결혼'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라 이미 국내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콜롬비아 공연은 대형 공연장에 걸맞게 월드뮤직그룹 '반'의 연주와 배우의 창(唱) 등 음향의 스케일을 키웠고, 한국 전통 혼례를 재현한 결혼식 절차를 관객에게 스페인어로 소개하는 부분을 추가했다.

연출가 이윤택은 "스페인과 한국은 유쾌하고 다혈질인 반도(半島) 기질의 공통점 때문에 정서적으로 통한다"며 "비극을 이겨내는 삶의 낙천성을 떠들썩한 난장(亂場)과 씻김굿으로 승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베로 아메리카노 국제연극제

올해로 14회를 맞은 중남미의 대표적인 국제연극제. 1988년 콜롬비아 보고타시(市) 건립 450주년 기념행사로 처음 열렸으며, 지금까지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교류하는 페스티벌로 한 해 관객이 280만명에 이른다. 올해는 4월 4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